[부산/경남/동서남북]안행국에 의한, 안행국을 위한 울산시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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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사회부
정재락·사회부
“승진하려고 공무원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13일 오전 열린 울산시 간부회의에서 박맹우 시장이 최근 끝난 인사를 염두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간부회의는 청 내 방송으로 중계됐다. ‘승진 욕심보다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기본덕목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서기관(4급) 이상에 이어 10일 사무관(5급) 이하 인사를 마쳤다. 2002년 7월 취임한 박 시장은 총무, 감사, 인사 등 ‘지원부서’보다는 세무, 건설, 대중교통 등 민원인을 직접 대하는 ‘현장부서’를 중용했다. 울산시 내무국장을 지내 공무원 개개인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동안 단행한 인사에서도 현장부서 우대 원칙이 잘 지켜졌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는 인사권자가 알아준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표적인 지원부서인 안전행정국을 유달리 중용했다. 부이사관(3급)인 국장은 이사관(2급)으로 승진했다. 3급 승진자 6명 가운데 2명, 4급 승진자 13명 가운데 3명이 각각 안전행정국 소속이었다. 5급을 단 지 15년 이상인 ‘고참’ 6, 7명도 10년 경력의 안전행정국 소속 사무관 2명에게 밀려 승진이 좌절됐다. ‘안행국에 의한, 안행국을 위한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인사에 대해 울산시는 “근무평점과 교육점수 등을 반영해 승진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위에 떨며 현장을 누비고, 멱살을 잡혀가면서도 민원 해결에 앞장선 현장 공무원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 내부에선 시장을 세 번 연임한 박 시장이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그동안 자신과 가깝게 일했던 안행국 직원들을 배려한 것 같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이날 간부회의를 마치면서 “공무원은 국민의 처지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으나 울림은 커 보이지 않았다. 박 시장이 마지막까지 인사원칙을 지켰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더욱 열심히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재락·사회부 raks@donga.com
#울산시 간부회의#안전행정국#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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