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더 준 ‘과거사 배상금’ 첫 환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에 과다지급 18억 돌려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배상액을 과다 지급받은 피해자 가족 중 4명이 18억4137만 원을 4년 만에 국가에 반환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국가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과다 지급된 배상액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뒤 이를 받은 건 처음이다.

▶본보 7월 12일자 A12면 [단독]국정원 “인혁당 재건위 피해배상금 251억 돌려 달라”

서울고검 송무부(부장 신유철 검사장)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유모 씨(48)와 정모 씨(79·여) 등 피해자 유족 4명이 과다 지급된 배상액 총 15억3453만 원과 4년간 배상액을 반환하지 않은 데 따른 이자(연 5%) 3억684만 원을 서울고검 환수금 입금용 통장에 지난달 이체했다. 지금까지 배상액 반환을 거부했던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7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관련 소장을 받자 서울고검에 반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돌려받은 건 과다 지급된 배상액(총 211억 원)의 7%에 불과하다. 국정원은 7월 국가 대상 소송 지휘권을 갖고 있는 서울고검의 지휘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에 열여섯 가족(77명)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이들에게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과다 지급된 배상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통지서를 보냈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거부했다.

결국 피해자와 가족들이 이번처럼 자발적으로 반환하지 않으면 법원 선고를 통해 반환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사건의 배상 문제와 관련해 사상 초유의 소송까지 벌어진 건 대법원이 배상액에 대한 이자 선정 기준을 1, 2심과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인혁당 재건위 피해자와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은 2009년 6, 7월 국가에 ‘위자료와 인혁당 재건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5%의 지연이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전창일 씨(92) 등 67명은 위자료 235억 원에 1975년 4월 9일부터의 지연이자 402억 원을 더한 637억 원을, 이현세 씨(64) 등 10명은 위자료 44억 원과 1974년 6월 15일부터의 지연이자 78억 원을 더한 122억 원을 받게 됐다. 이들이 가집행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고검은 2009년 8, 10월에 총 배상액 가운데 490억 원을 1차로 지급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 1월 지연이자를 대폭 낮추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통상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이자는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발생하지만, 불법행위 이후 장시간이 흘러 통화가치 변동으로 과잉배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자가 발생하는 시점은 각각 2009년 11월 5일과 2010년 7월 2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이자 발생 시점 전에 이미 배상액을 가집행 받았기 때문에 490억 원 중 위자료 279억 원을 뺀 211억 원을 반환해야 했다.

서울고검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011년 8월까지 과다 지급된 배상액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국정원은 올해 6월부터 법원에 22건에 대한 부동산 가처분 보전처분을 신청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소송 판결 전에 재산을 은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법원은 1건을 제외하고 모두 기각했다. 결국 국정원은 7월 “211억 원과 이자 40억 원 등 251억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배상액을 반환한 유 씨에 대해서는 소를 취소했고, 정 씨 등에 대해서도 곧 취소할 예정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5년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이라는 학생운동 조직의 배후 세력으로 인혁당을 지목하고 북한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뒤 8명을 사형하고 17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건이다.

서울고검에 따르면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과다 지급된 배상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건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유일하다. 대법원은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사건 △이중간첩 이수근 씨 사건 △태영호 사건 △아람회 사건 등 4건에 대해서도 2010∼2011년 지연이자를 낮추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앞선 3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 뒤에 배상액이 지급됐고, 아람회 사건은 가지급된 배상액이 대법원에서 확정한 금액보다 적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과거사 배상금#인혁당 재건위#인민혁명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