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노리는 심야 늑대들…경찰 “밤 11시 전에 귀가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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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취객 대상 범죄 잇달아

지난달 21일 새벽 서울 광진구 화양동 유흥가 골목.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이모 씨(25)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청소부를 발견했다. “화장실에 여자가 쓰러져 있는데 부축 좀 해주세요.” 이 씨는 사람들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A 씨(20)를 보자 욕정이 솟구쳤다. 이 씨는 “한참 찾았네. 제 여자친구예요”라며 남자친구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까지 내쉰 이 씨는 주변의 도움까지 받아 A 씨와 함께 택시에 탔다.

이 씨가 향한 곳은 중랑구의 한 모텔. 이 씨는 A 씨를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곧바로 모텔을 빠져나왔다. 잠에서 깬 A 씨는 뒤늦게 자신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씨가 신용카드로 모텔비를 계산한 점을 단서로 수사해 검거했다. 이 씨는 “모텔에 데려가 재우려 했었다”고 변명했다. 경찰은 “A 씨를 도와주려던 사람들까지 모두 속이고 성욕을 채워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를 준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밤늦게 술 취해 귀가하는 여성을 노린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새벽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 7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회사원 이모 씨(35)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달 16일 강원 춘천에서는 대학 축제 기간에 술 취한 여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흉기를 준비한 뒤 혼자 걸어가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고교생이 검거되기도 했다. 성범죄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이 성범죄 전과자 중 재범 우려가 높아 별도로 관리하는 ‘성범죄 우범자’는 2007년 880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119명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여성 스스로 위험을 피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성범죄자들이 주로 범행에 나서는 오후 11시 이후 통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범죄자들은 이 시간대에 행적이 드물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또 평소 자주 걷는 길이라도 밤늦은 시간에는 주변을 살피고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며 통화하면 예방 효과가 크다.

경찰대 행정학과 노성훈 교수는 “범죄자는 급한 일이 있는 듯 빨리 걷거나 통화하며 걷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고 한다”며 “혼자 다닐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 뒤로 범죄자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시를 탈 때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택시처럼 사업용 자동차는 ‘아, 바, 사, 자’로 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탑승 전 번호판을 확인해 제대로 된 택시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확인한 택시 번호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자로 알려주고 탑승 전 앞자리에 누군가 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한 뒤 뒷자리에 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택시 운전사가 합승을 요구할 때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단골 콜택시라면 손님의 목적지를 입력해 두고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 술에 취해도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장점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콜택시나 회사명, 광고가 부착된 택시는 운전사의 신원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탑승 전 이 부분을 확인한다면 범죄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 안심하고 타기’ 등의 앱은 일정 시간마다 택시의 위치 정보를 미리 입력해 둔 사람의 전화로 보내준다.

한국여성의전화 서경남 상담원은 “성폭력 범죄는 교통사고나 절도처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우범지역 관리 등 제도적 대책이 필수적이지만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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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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