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2014학년도 수능의 예비시험이 17일 시행됐다. 이번 예비시험은 현행보다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등 내년부터 시행될 제도 개편을 앞두고 출제 유형과 수준을 미리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범지역인 대전과 충남에서만 고2 3만9121명이 실제 수능처럼 예비시험을 치렀다.》
2014학년도 수능 예비시험이 17일 시행됐다. 이번 예비시험은 입시환경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어 고1과 중학생들이 고교 및 대학입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자체적으로 예비시험을 치르는 모습. 동아일보DB
이번 예비시험은 고2뿐 아니라 고1과 중학생에게도 중요하다. 수능이 크게 개편됨에 따라 입시환경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어 고교 및 대학입시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 또 새로워지는 수능의 출제 유형과 난도를 토대로 삼아 앞으로의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방법을 수정해야 한다.
이번 예비시험을 토대로 수준별 선택형 시험으로 바뀐 수능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전망해본다. 또 이런 변화에 따라 고1과 중학생들은 어떻게 입시전략을 세워야 할지 알아본다.
[변수1] 국어 B형 기피현상 뚜렷… 상위권, 등급보다 백분율에 주목
수험생들의 ‘B형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서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어려운 B형이 아닌 쉬운 A형을 선택한 것.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어는 전체 응시자의 52.5%, 수학은 59.3%가 A형으로 시험을 치렀다. 수준별 시험에 부담을 느낀 일부 인문계열 중하위권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A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지도 상담교사는 “인문계열 학생 수가 전체의 60% 이상이므로 국어 B형을 고르는 학생의 비율이 60% 남짓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절반에 그쳤다. 이는 인문계열 학생 중 15%가량이 국어 B형 대신 A형을 선택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이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 영어는 각각 B형, 수학은 A형을 지원조건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를 A형으로 선택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바뀐 수능 체제에서는 사실상 상위권 대학을 노려보지 않고 처음부터 중하위권 대학에 안정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
인문계열의 경우 중하위권 학생 중 일부가 국어 B형을 기피하게 되면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 ‘1등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응시생 수가 줄면 자연히 상위 4%에 해당하는 1등급 학생의 수도 감소하기 때문. 결국 국어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최종 합격 여부를 가리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을 많이 선발하기 위해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현행처럼 등급이 아니라 백분율로 정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고1의 경우 모의고사를 치를 때 백분율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실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수2] 유형별 난도 차 뚜렷해… 중하위권, ‘B형 가산점’ 고려해야
이번 예비시험에서는 A형과 B형의 난도 차가 뚜렷했다. 입시전문가들은 A형은 기존 수능보다 매우 쉬웠고 B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수능에서도 A, B형의 난도 차가 확실히 생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 수준별로 선택하는 수능이 처음 치러지는 만큼 입시에서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 당초 취지를 살려 A형과 B형의 난도 차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음 고민은 ‘수능에서 A형을 고를까, B형을 고를까’ 하는 것. 이때는 지원대학이 어떤 유형을 채택하는지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대학의 경우 대부분 인문계는 ‘국어와 영어 B형, 수학 A형’, 자연계는 ‘수학과 영어 B형, 국어 A형’을 택하는 추세. 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부터 수도권 대학까지는 이런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동 가능성이 큰 대학은 중하위권 대학. 지원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지원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국어 영어 수학 모두 A형 채택이 가능하다’고 밝혀 지원 기회를 넓힌 뒤 ‘B형 응시생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단서를 달아 우수학생을 유치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렇게 되면 교차지원도 가능해진다.
대학들은 아직 변화된 수능에 따른 구체적 입시요강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B형에 대한 가산점이 생각보다 크게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경기지역의 한 고교 진학상담교사는 “고1 중하위권 중 모의고사 3, 4등급을 받는 학생이라면 인문계열은 국어 영어를 B형으로, 자연계열은 수학 영어를 B형으로 목표를 삼아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면서 “반면 모의고사 평균 5등급 이하라면 모두 A형을 선택해 점수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변수3] 계열 변경 어려워져… 고1 때 수능 유형 선택해야 유리
고1 및 중학생은 희망 진로와 목표 대학을 가급적 빨리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선택형 수능에서는 계열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 주요 대학의 경우 인문계열 학과는 국어 B형, 자연계열 학과는 수학 B형 응시가 필수인데, A형과 B형은 다루는 내용과 범위가 크게 달라 계열을 변경할 경우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한 입시전문가는 “올해는 크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학과로만 나뉘어 반영 유형을 결정했지만 수준별 선택형 수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인문계’ ‘상경계’ ‘자연계’ ‘예체능계’ 등 유형이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고교 입학과 동시에 수능 유형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학습계획 및 입시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 만약 고1까지 진로를 확정하지 못했다면 모든 과목에서 B형을 염두에 두고 학습하는 것이 추후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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