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상해치사 지시한 사람은 사기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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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이 죽었다."(광신도 부부)
"물과 미음을 먹여라. 죽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마라. 다시 살아날 것이다"(40 여성 A 씨)

사이비 광신도 부부가 자신의 세 자녀를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수법을 알려주면서 2000여 만 원을 챙긴 40대 여성 A 씨가 이들 부부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통화내용이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박 모 씨(43) 부부에게 구체적인 가혹행위 방법을 알려주고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A 씨(45·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부부는 지난달 23일경 전화를 걸어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지만 밥을 잘 먹는다. 말은 듣지 않는다"고 하자 A 씨는 "군대 귀신이 든 것 같다. 잡귀를 쫓기 위해서는 머리를 깎아 묶어놓고 매일 2차례씩 피가 날 정도로 때려야 한다"고 했다.

A 씨는 2009년 초 같은 단체 모임에서 박 씨 부부를 알게 된 이후 1년 2개월 동안 매달 5만 원 씩 기부하며 자신의 딸(28)을 치료해 달라며 접근했다. A 씨는 박 씨 부부가 삼남매 문제를 상담을 하자 "자신의 딸과 삼남매의 영혼이 서로 묶어져 있어 치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씨 부부로부터 땅을 판 돈 등 2270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

[채널A 영상] “잡귀 쫓는다” 삼남매를 허리띠와 파리채로…

경찰은 A 씨가 박 씨의 삼남매가 숨지자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 씨가 삼남매가 숨진 이후 박 씨 부부에게 '그동안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백 통을 모두 지우라'고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워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복원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가혹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박 씨 부부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보성=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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