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일본 老교수 전남에 사료 1만5000권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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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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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성않고 100년동안 거짓말”
나카쓰카씨, 도립도서관에 내놔

일본 나라여대 나카쓰카 아키라 명예교수. 전남도립도서관 제공
일본 나라여대 나카쓰카 아키라 명예교수. 전남도립도서관 제공
일본인 노(老)교수가 12일 개관한 전남도립도서관에 동아시아 근현대사 자료 등 1만5000권을 기증한다.

이날 전남도립도서관에 따르면 일본 나라(奈良)여대 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83) 명예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도서와 자료 1만5000점을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 나카쓰카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한 일본의 지한파(知韓派) 학자로 1894년 동학군이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마지막 접전을 벌인 전남 장흥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전남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기증할 곳을 찾던 중 도립도서관 개관 소식을 듣고 자료를 흔쾌히 내놓겠다는 뜻을 전남도에 전달했다.

기증하기로 한 자료는 동아시아 근대사 연구서로 전집 총서 학술잡지 연구자료 단행본 등이다. 일본의 조선 침략과 청일전쟁 발발 등 역사적 사실을 연구한 자료 등이 많다. 특히 일본의 역사 위조를 비판하고 ‘대동아공영권’을 위한 전쟁과 침략적 만행에 대한 책임과 성찰을 주장하는 자료도 포함돼 있다.

나카쓰카 교수는 오사카(大阪) 출신으로 1960년대부터 일본의 청일전쟁을 비롯한 근현대 한일관계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만 ‘근대 일본의 조선인식’ 등 3권의 책을 펴냈다.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는 책에서는 “청일전쟁은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전쟁이었고 그 첫 실험이 경복궁 점령이었다”며 “100년 동안의 거짓을 끝낼 것인가, 거짓 위에 거짓을 덧칠할 것인가”라며 일본의 군국주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나카쓰카 교수는 기증 협의차 방문한 도립도서관 관계자에게 “일본의 한국 침략은 1945년 패배로 끝났음에도 70년 가까이 지나도록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증이 결코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진실을 올바르게 바로 봄으로써 적개가 아닌 우호의 새 시대를 여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립도서관은 기증 자료 목록을 작성하고 도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증될 자료가 대형 컨테이너 2, 3개 분량이어서 예산 6000만 원을 확보해 4월부터 넉 달간 자료를 넘겨받기로 했다.

도서관 안에 ‘한·일 우정문고’를 따로 설치해 자료를 보존하고 도록 발간과 번역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동호 전남도립도서관장은 “나카쓰카 교수를 조만간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기증 기념 학술대회와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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