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날 선관위-박원순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범인은 與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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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윗선 개입여부 수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10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범인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재선·경남 진주갑)의 수행비서로 밝혀졌다. 최 의원은 선거 당시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나경원 후보 캠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라이벌인 무소속 박 후보에게 호의적인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기 위해 사이버테러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당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켜 2시간가량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공모 씨(2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공 씨의 지시를 받아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대구지역 정보기술(IT)업체 직원 강모 씨(25) 등 3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고향 후배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중앙선관위 및 박 후보의 홈페이지를 공격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필리핀에 출장 갔던 강 씨는 한국에 있는 직원 김모 씨(27)와 황모 씨(25)에게 디도스 공격을 실행하도록 지시했다.

‘작업’을 의뢰받은 김 씨와 황 씨는 선거 당일인 26일 오전 6시경부터 좀비 PC 200여 대를 동원해 접속자 수를 순간적으로 폭증시키는 방법으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 오전 6시 15분부터 8시 32분까지 2시간 17분간 마비시켰다.

경찰은 또 공 씨의 지시로 범행을 한 강 씨 등 3명이 선거 당일 한나라당의 유력 경쟁 후보였던 박 후보의 홈페이지도 공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캐묻고 있다. 당시 박 후보의 홈페이지는 오전 2시경부터 7시 사이에 두 차례의 공격을 받아 10여 분씩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공 씨는 최 의원의 수행비서로 운전기사 등의 업무를 하며 지난해 9월부터 1년 3개월가량 근무했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28일 사표를 냈다”고 진술했지만 아직 수리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찰에 체포된 공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사이버테러 전후에 공 씨와 실행범 3명 사이에 통화량이 급증하는 등 정황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경찰은 공 씨의 범행 목적과 배후를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공 씨와 다른 공범 3명 또는 최 의원 등 여권 정치인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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