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9급 비서가 혼자 했을리 없어”… 한나라 “어처구니없는 개인 돌출행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원순 “한나라 직접 연관됐다고 생각안해”… 나경원측 “개입 이유 전혀 없어”
■ 민주 맹공-한나라 당혹

여권이 2일 대형 악재를 만났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9급 비서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파상공세에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원우, 이석현 의원은 이날 경찰청을 방문해 박종준 경찰청 차장을 면담했다. 경찰 수사를 압박하는 동시에 한나라당과의 연루 의혹을 집중 부각하기 위해서다. 백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가기능을 무력화시킨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9급 비서가 혼자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분명히 권력의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자 국가의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최 의원이 10·26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아 일했다는 점에서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선관위 사이버 테러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돼온 여야 관계에서 국정 주도권을 쥘 ‘반전 카드’로 이 사건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침통한 표정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나라당이 젊은층의 투표를 막으려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것처럼 각종 음모론이 확산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비록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고는 하나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수사 당국은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관계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권영세 의원은 트위터에 “통탄할 만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 밝혀졌다. 아! 우리 한나라당 어찌해야 할지…”라고 적었다.

나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두아 의원은 “최 의원은 중앙당의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캠프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며 “최 의원이나 나 후보 캠프가 이번 사건에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나 후보 캠프의 홍보본부장은 진성호 의원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사 결과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남병원 개원식에 참석한 박 시장은 “사이버 테러와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 시장의 측근이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박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건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협한 만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범행의 목적과 배후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