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국 과천시장주민들이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소환해서 해임시키는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나면서 정치적 악용이나 세금 낭비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24건의 주민소환이 추진됐으나 실제로 이뤄진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22건의 서명인 수 미충족 등의 사유로 무산됐다. 김황식 하남시장과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두 번의 주민소환은 투표율이 33.3%에 미달해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
세 번째로 치러지는 여인국 경기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이번에 처음으로 개표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또 투표율이 낮아 개표가 무산되면 주민소환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정치적 악용은 막아야
단체장의 전횡과 권력남용 부정 무능을 견제하기 위한 주민소환제는 2007년 7월 도입됐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여러 부작용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지 정치적 견해차나 국책사업 수행, 공약사항 이행 등을 놓고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김태환 제주지사의 경우 ‘해군기지 건설 추진’이 소환 사유였다. 경원대 행정학과 송태수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행정체계의 일부로 국책사업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청구 사유로 삼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남 광역화장장도 수도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김 시장의 반대세력에 의해 주도됐다.
주민소환 추진 인사들의 얼굴 알리기 차원이나 정적 발목 잡기 등으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다. 선거비용이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개표조차 하지 못한 하남에서는 2억7000만 원, 제주는 11억6000만 원의 비용이 각각 들었다. 과천은 3억 원가량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 청구사유 제한 등 제도 보완해야
현행 주민소환제는 ‘청구 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기초단체장의 경우 반대파 유권자 15%(광역단체장은 10%)만 뭉치면 ‘어떤 이유’로도 소환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12건의 개정안 발의는 대부분 무분별한 청구를 막기 위해 ‘법령 위반, 현저한 공익침해’ 등으로 청구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지방행정연구실장은 “주민소환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소수의 주민을 선출해 먼저 쟁점을 파악한 뒤 찬반을 물어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가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쪽의 책임을 묻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경원대 송 교수는 “주민소환이 무산되면 선거비용 일부를 보전케 하거나 소환 대표자의 피선거권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도 주민소환제를 도입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청구사유를 직권남용 배임행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는 임기 중 한 번만 허용하고 재소환은 금지하고 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는 주민소환이 남발되자 청구요건을 유권자의 10%에서 15%로 높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취임 이후 만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남은 임기가 만 1년 남은 시점까지 주민소환이 가능하다. 단 주민소환투표 이후 1년 내에는 재소환이 불가능하다. ○ ‘보금자리주택 수용, 재건축 추진에 소극적’이 소환사유
과천 여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은 10일과 12일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과천시 총투표권자는 5만5096명. 이 가운데 부재자 투표권자는 640명이다. 본 투표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과천시내 19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유권자 중 1만8366명 이상 투표하면 개표가 진행된다. 이 중 찬성자가 9184명 이상이면 여 시장은 물러나야 한다.
이번 주민소환 청구사유는 보금자리주택(총 9641채에서 4800채로 축소) 일방적 수용, 정부청사 이전 관련 업무협의 능력 부족, 소극적인 재건축 추진에 따른 재산권 침해’ 등이다. 투표가 발의된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직무가 정지된 여 시장은 “정부청사 이전을 막지 못했다고 소환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공세”라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주민소환운동본부 측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과천의 미래를 바꾸자”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선관위는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지역 언론인 등 10여 명을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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