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산물 값 천정부지 폭등에 지게차 동원 절도범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벼 자루째 슬쩍 60대 검거
하루 6.4건꼴 수확기 비상

11일 오후 10시 반경 경북 경산시 남산면 한 마을 앞 도로. 이곳에 살고 있는 정모 씨(53)는 다음 날 햇볕에 말리기 위해 놓아둔 찰벼 1200kg(시가 10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정 씨는 “대형 자루 2개에 담겨 있어서 함부로 가져가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절도범 김모 씨(68)는 며칠 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틈을 타 지게차를 이용해 찰벼 자루를 화물차에 옮겨 싣는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 경북 청송에서는 농산물 상습 절도범이 붙잡혔다. 청송경찰서는 농촌마을을 돌며 쌀 고추 콩을 훔친 박모 씨(45)를 구속했다. 박 씨는 농번기 때 빈집을 골라 들어가 마당에 널려 있는 농산물을 닥치는 대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6개월 동안 17차례에 걸쳐 750만 원 상당의 농산물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농산물 절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집 앞이나 창고 등에 쌓아 놓은 농산물이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수확 시기를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최근 경찰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 7월까지 농축산물 절도 범죄는 총 1만7773건, 하루 평균 6.4건이 발생하고 있다. 유형도 다양하다. 올해의 경우 논과 밭 재배 농작물을 훔치는 들걷이가 276건으로 가장 많고 소, 돼지 등 가축 절도(216건)가 뒤를 이었다. 수확물 창고를 터는 곳간털이(65건)도 빈번하다. 경북은 1776건이 발생해 경기(3317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농산물 절도가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축산물 절도범 검거율은 낮은 편. 2004년 이후 발생한 사건 중 범인을 잡은 건수는 2316건(13%)에 불과하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1월 말까지를 특별방범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농산물 보관창고, 가축사육농가 등 범죄 취약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방범대와 마을지킴이 등과 합동 순찰을 비롯해 검색활동도 펼친다. 경찰 관계자는 “농산물 수확 및 출하 시기에 맞춰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주요 도로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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