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달맞이 길’ 멋진 이름 버리고 ‘문탠로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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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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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 기자
조용휘 기자
부산은 지금 ‘별들의 잔치’로 들썩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온 세계 유명 배우와 감독, 영화인들이 부산을 누비면서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영화제 주 무대인 해운대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부산다운, 부산만의 명소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지금인데…”라고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해운대구는 BIFF에 온 영화인들에게 해운대 명소를 소개한다며 7일 해운대 ‘문탠로드 걷기행사’를 벌였다. 영화배우 김혜선, 정한용, 고창석 씨를 비롯해 김정진, 정창화, 김수용 감독 등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문탠로드 시발점인 달맞이언덕 길 입구를 출발해 바다를 바라보고 걸으면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BIFF 기간 특별행사로 기획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해 보였다. 하지만 문탠로드란 이름은 국적 불명에다 부산의 멋과, 해운대의 느낌이 전혀 없다.

‘문탠로드(Moontan Road)’는 해운대구가 2008년 4월 달맞이언덕 길을 산책로로 개발하면서 붙인 이름. 문탠은 선탠(Suntan·일광욕)과 대비해 만든 말이다. 달맞이언덕 길 일원 2.2km 구간을 이름만 바꿔 꾸민 것. 올해 3월에는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했다.

원래 이곳은 대한팔경 중 하나인 달맞이언덕 월출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래서 ‘달맞이언덕 길’ 또는 ‘달맞이 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문탠로드보다는 훨씬 더 정감 있고 해운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에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하구는 최근 “15억 원을 들여 낙동강 하구둑에 ‘선셋(Sunset) 로드’ 조성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곳은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채석강과 함께 국내 최고 낙조(落照) 감상지로 꼽힌다. ‘해넘이 길’이나 ‘다대포 가는 길’로 부르면 될 것을 굳이 외국어로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시민들은 의아해한다. 의미가 분명하지도 않은 외국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부산의 혼과 정서가 담긴 정감 있는 명칭들을 붙이고 널리 알리면 어떨까.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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