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07.15 서울=뉴시스
10월 시중 통화량이 전년 동월 대비 8.7% 늘며 역대 최고치인 4470조 원대를 돌파했다. 통화량 급증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은행은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적극 반박에 나섰다. 한은은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된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 통화(M2)’ 통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 “통화량 증가가 고환율의 원인”
한은이 16일 발표한 ‘10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0월 M2는 역대 최대 규모인 44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보다는 41조1000억 원 늘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8.7% 늘어서 3개월 연속 8%대 성장세가 이어졌다.
M2는 시중에 풀린 넓은 의미의 통화량을 나타낸다. 현금이나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포함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가파른 M2 증가율을 고환율 현상의 원흉으로 지목한다. 올해 9월 기준 미국의 M2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5%에 불과한데 한국은 8.5%에 이른다. 2022년경부터 한국의 M2 증가율이 더 높다. 원화가 시중에 풀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6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0원 오른 1477.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 “유동성 증가에 따른 원화약세 우려는 과도”
한은은 이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설명자료를 배포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한은은 최근 M2가 급격하게 증가한 핵심 원인으로 ETF를 지목했다. 최근 20여 년간 장기평균으로 ETF가 포함된 수익증권이 M2 증가분에 대한 기여율은 9.5%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이 수치는 37.5%로 늘어난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 증시가 들썩이자 ETF로 돈이 몰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ETF를 빼고 계산하면 9월 M2 증가율은 기존의 8.5%가 아니라 5.4%가 됐을 것이라고 한은은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내년부터 M2 구성항목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는 통화지표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ETF를 포함한 주식형, 채권형 펀드 등 수익증권이 빠지는 것이다. 이번 통화지표 개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금융통계 개정 매뉴얼을 따른 것이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고 이것이 자산가격 상승 및 원화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과도한 해석으로 평가된다”며 “환율 상승의 원인을 단지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통화량 증가가 결국 환율 고공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약 1%포인트 낮을 뿐만 아니라, 내년과 후년에도 미국보다 낮다. ETF를 뺀 통화량 증가율도 한국이 더 높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선 고환율에 대비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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