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행사는 가라. 소리 없는 문화행사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잇따라 열린다. 행사를 기획한 류재현 감독은 “홍익대 앞 소음 민원을 줄이기 위해 참가자들만 들을 수 있는 무선 헤드폰을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재현 감독 제공
‘사일런트(Silent) 영화제’와 ‘사일런트 콘서트’ 등 ‘무성(無聲)’ 문화 행사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9월 9일 열릴 예정이어서 화제다. 두 행사 모두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 행사의 핵심이다.
사일런트 영화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행사로 무선 헤드폰을 낀 관객들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행사를 기획한 문화기획단체 ‘상상공장’의 류재현 감독은 “‘자동차 극장’처럼 무선 헤드폰으로 주파수를 맞춰 소리를 듣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경 100m 이내에서 수신이 가능한 무선 헤드폰 500개를 준비해 동시에 500명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영화는 ‘원스’.
사일런트 콘서트 역시 같은 방식이다. 피아노 연주회나 밴드 공연 등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악기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무선 헤드폰을 낀 관객들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주변 행인들은 연주 ‘모습’만 볼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두 행사 모두 최근 홍익대 앞 무성 클럽 파티 행사인 ‘사일런트 디스코’에 이은 것이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유럽에서 생겨난 놀이 문화로 다른 사람에게 소음 피해를 주지 않고 야외에서 신나게 파티를 즐기도록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부터 유행이 시작했다. 류 감독은 “홍익대 앞이 젊은이들의 탈출구로 여겨지지만 지역 주민들 중에는 행사에서 나오는 각종 소리를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민원을 최소화하고 문화 행사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무성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앞 소음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포구 관계자는 “소음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길거리 행사 관계자들에게 오후 9시(주말은 10∼11시)를 넘기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는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어 고민이었다”라며 “사일런트 행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