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간병위해 휴직” 효자 경찰 왜 많나 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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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시험 준비하고… 몰래 출국 어학연수… 자녀 유학 뒷바라지감사원 ‘기강해이’ 무더기 적발

투병 중인 부모를 모신다며 가사휴직을 낸 뒤 사법시험 준비를 하거나 자녀의 유학 준비를 돕는 등 경찰관들의 기강 해이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경찰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A 경사는 투병 중인 모친을 간호한다며 6개월간 휴직을 신청한 뒤 중국에 있는 자녀를 만나 호주유학 준비를 도왔다. 가사휴직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된 강남경찰서는 A 경사에게 복직을 명령했으나 그는 올해 2월까지 무단결근했다.

인천 계양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 B 경찰관은 뇌수술로 투병 중인 부친을 간호한다며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가사휴직을 내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차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C 경위는 부친을 간호한다며 1년간 가사휴직을 낸 뒤 345일간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 체류하면서 어학연수를 했다.

부실한 인사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천지방경찰청 D 경위는 경찰수련원 용지 확보를 위해 한 일이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공적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공적조서를 제출했다. 경찰청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난해 8월 D 경위를 경감으로 특별 승진시켰다.

경찰청이 약 40만 건의 수사 자료를 보존기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한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수사 자료가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자료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보존 기한이 지난 수사 자료를 즉시 삭제하라”고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경찰위로복지기금 등을 관리해온 경찰청 소속 기능8급 직원이 2006년부터 약 4년간 11차례에 걸쳐 1215만 원을 횡령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해 해당 직원을 해임하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의 면허시험 업무를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하면서 경영효율화는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경찰청이 관리단의 적정 정원을 826명에서 849명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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