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해적 한국말로 “검사님, 해적질 다시는 않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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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재판 3일째
“석선장 해적탄환에 치명상” 이국종 교수 증인으로 참석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사흘째인 25일 부산지법 301호 법정. 팽팽한 긴장감 속에 증인 및 피고인 신문이 진행되던 중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 신문을 받던 해적 중 한 명인 아울 브랄라트(18)가 느닷없이 한국말을 한 것이다.

그는 “검사님, 앞으로는 다시 해적질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런 다음 소말리아어로 “형 집행 후 한국 정부에 시민(국민)으로 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귀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재판을 받는 해적 중 나이가 가장 어린 그는 고교 졸업 후 소말리아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다가 “통역만 하면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속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어설픈 해적이라고 변호인은 설명했다.

압디카다르 이만 알리(21)도 한국말로 “오른쪽, 왼쪽”이라고 말해 연일 날선 공방이 벌어진 법정 분위기가 일순간 누그러지기도 했다.

이들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교도관에게 “아파요”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등 기초적인 한국말을 배웠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 언급한 “검사님, 앞으로는…”은 법정에서 얘기하기 위해 미리 암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소말리아 해적이 쏜 AK 소총탄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석 선장의 주치의)는 “석 선장의 왼쪽 대퇴부에서 나온 AK 소총탄은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왼쪽 복부에서 대장과 간을 파열한 뒤 오른쪽 옆구리로 이어진 상처는 동일한 총알이 관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직접 수술을 한 의사로서 “피격 상황을 견딘 석 선장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다른 종족처럼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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