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자체, 남은 음식과의 전쟁

  • 동아일보

식당에 포장용기 무상제공… 깔끔히 먹는 곳 ‘깔깔 가맹점’ 인증
잔반 처리 “입맛 당기네요”

서울 강남구는 남은 음식 싸주기 전용 용기와 백을 관내 식당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
다.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전용 용기에 손님이 남긴 음식
을 싸주고 있다.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는 남은 음식 싸주기 전용 용기와 백을 관내 식당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 다.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전용 용기에 손님이 남긴 음식 을 싸주고 있다. 강남구 제공
“잘 싸가겠습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주미영 씨(44·여) 손에는 쇼핑백이 하나 들려 있었다. 종업원이 건넨 쇼핑백에는 주 씨 일행이 먹다 남긴 아귀찜을 담은 ‘남은 음식 포장용기’가 들어 있었다. 주 씨로서는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음식점도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남은 음식은 싸드려요”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는 2008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당에서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싸서 가져갈 수 있게 포장용기를 만들어 원하는 식당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광진구는 포장용기를 받은 관내 700여 음식점이 쓰레기 처리 비용을 연간 6억5000만 원가량 아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400여 업소에 포장용기를 제공하는 강남구는 올해 말까지 참여업소를 30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강남구에서 12년째 복집을 운영하는 양윤길 씨(57)는 “남은 음식을 싸주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무료로 제공받은 용기에 담아 주니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까지 동원

하루에만 3338t. 서울시에서 매일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 물량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영등포구는 음식물 쓰레기 무게를 측정해 무게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무선정보인식장치(RFID) 기반 종량제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배출용기에 부착된 RFID 칩을 이용해 가구별로 배출되는 쓰레기량을 정확하게 데이터화하고 수수료를 차등 부과한다. 주민들은 수거장치에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넣고 쓰레기가 담긴 용기를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수료가 바로 결제된다. 현재 마포구와 성북구도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양천구도 올해 말부터 종량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에 나섰다.

○ 이색 캠페인도 한몫

구로구는 깔끔하게 차리고 깔끔하게 먹자는 ‘깔깔운동’을 펼치고 있다. 식당은 음식을 적당량만 내놓고 손님은 먹을 만큼만 시켜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는 취지다. 구로구는 주민 대표와 음식점 업주 등으로 ‘깔깔 평가단’을 구성해 식당 청결도와 친절도 등에 대한 평가도 할 계획이다. 우수한 점수를 받은 곳은 ‘깔깔 가맹점’으로 인증해 주고 홍보와 융자 등을 우대해 주기로 했다.

또 구로구는 구로3동 디지털단지 내 창조1길을 ‘3무 3친’ 거리로 지정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3무 3친은 음식물 재사용과 원산지 허위 표기, 화학조미료가 없는 친환경, 친인간, 친건강을 뜻한다. 구로구는 2009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17% 줄였다.

양천구는 관내 중고교 9곳을 찾아 34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환경 분야 전문 강사가 식습관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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