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100인의 현재를 있게 해준 부모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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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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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건 어머니의 편지”

《 2004년 처음 출전한 올림픽 경기 전날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딸은 성경책을 펼쳤다. 엄마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지금 상황은 갑작스럽게 닥친 게 아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준비된 무대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라.” 딸은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이 편지를 꺼내 읽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4년 뒤 딸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세계 최고 역사(力士)에 장미란의 이름을 올렸다. 어려운 형편에도 대학에 보낸 아들은 민주화운동 탓에 자주 쫓겨 다녔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맞춤법도 잘 몰랐지만 아들에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모쪼록 학교에 열심히 다니기를 거듭 부탁한다. (경찰)서에서 네가 학교에 가는지 묻기에 등록해 잘 다닌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꿈을 이루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 편지를 보면서 정결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는다. 》
‘10년 후 한국을 빛낼 100인’이 밝힌 부모의 역할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어떤 가정교육이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 까막눈 어머니가 보낸 편지

‘100인’을 길러낸 어머니들의 상당수는 가르치기보다 보여주는 데 힘썼고 지식보다 가치를 우선해 가르쳤다. 김빛내리 서울대 중견석좌교수는 “책을 항상 가까이하신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독서와 배움을 좋아하게 된 것이 연구자의 기본 소양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시골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어머니의 근면 성실과 아들에 대한 믿음 덕분에 오늘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절제와 배려’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극한 정성’을 배웠다.

반도체장비 및 태양광 분야의 세계적 벤처기업을 키운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소개한 ‘까막눈’ 모친의 편지는 부모의 가르침이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 재력과 상관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환갑이 넘은 어머니는 내가 군대에 갔을 때 아들의 안부가 걱정돼 한글을 배웠다. 그리고 아들에게 맞춤법 없는 편지를 보냈다. 전깃불도 없는 산골마을에서 현재의 위치까지 온 데는 어머니가 함께하셨기 때문이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부교수는 어머니의 단호함을 기억했다. “어머니께서 항상 강조하셨다. 남자는 밖에서 최선을 다해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그렇게 자신의 몸을 부숴가며 하루하루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가는 것이 숙명이다.”

○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배우다

상당수 100인은 하던 일이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을 때 의지하는 대상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특히 100인 중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택한 이들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으며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 섬유공학과 교수였던 부친 이재곤 교수를 떠올렸다. 이 수석이 1994년 모교 교수로 부임했을 때 의대를 제외하고 서울대의 유일한 부자(父子) 교수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부친은 이듬해 암으로 별세했다. 이 수석은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가 주신 삶의 지침을 떠올린다”고 고백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손흥민 선수도 서울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인 손웅정 춘천 FC감독이 버팀목이다. “아버지는 1970, 80년대 귀했던 흑백TV로 매주 월요일 밤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면서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를 통해 꿈을 이루셨다. 아버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고난, 그리고 나를 통해 이루기 위한 노력을 듣고 보면서 난 잠시도 흐트러질 수가 없었다.”

‘부자’ 배우로 유명한 하정우 씨 역시 어려울 때 의지하는 기둥으로 아버지를 꼽았고,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 교수는 “힘내라”는 아버지의 육성이 어려울 때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밝혔다.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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