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상급식 첫날 표정 “한끼 187원 올려서 친환경급식 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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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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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옥초교에서 학생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1∼4학년이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옥초교에서 학생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1∼4학년이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킨 무상급식이 2일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서울시내 547개 국공립 초등학교를 포함해 전국 1만1329개 초중고교 중 5711개교에서 전체 또는 일부 학년이 무상급식을 먹었다.

초교 1∼4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서울의 끼니당 단가는 2457원. 물가를 감안하면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준 단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급식을 먹던 학교에서도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 5, 6학년은 급식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 강남은 강남대로, 강북은 강북대로 불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성동구 금호동 금옥초교를 찾아가 “오늘은 서울 초등학교 4개 학년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서울시의 거부로 5, 6학년은 못해 아쉽지만 차별 없는 교육복지를 강화하고 안전한 학교급식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단가로 시작한 무상급식에 대한 반응은 지역마다 달랐다.

서울 관악구 A초교.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이날 급식 메뉴는 보리밥에 한우쇠고기뭇국, 배추김치, 김구이였다. 지난해보다 단가가 올라 급식의 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이 학교 영양사는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 식자재 비용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사라졌다. 이 때문에 전체 재료 중 70%대이던 친환경 식자재가 올해부터는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서초구 B초교는 지난해 끼니당 2950원짜리 급식을 제공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매일 주던 제철 과일을 주 1회로 줄이기로 했다. 500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급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감은 “이전 수준의 급식은 무리다. 강남권 학부모들은 돈을 더 내더라도 최소한 지난해 수준의 급식을 먹이고 싶어 하지만 시교육청에서 학부모 추가 부담을 막고 있어 불만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식단으로 급식 단가가 올라가면서 돈을 내고 먹는 5, 6학년 급식비는 오른 곳이 많다. 지난해 시내 공립초교 547개교 중 33곳을 제외하고는 무상급식 단가보다 최대 484원이나 싼 급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에 광진구 C초교 영양사는 “5, 6학년만 원래 식단으로 줄 수 없어 지난해(2000원)보다 300원을 올렸다”며 “학운위에서는 급식비 인상안이 통과됐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D초교에서는 5, 6학년 학부모 일부가 “왜 우리만 급식비를 내야 하느냐. 똑같이 무상급식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 영양사들은 식재료로 고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무상급식에는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 쌀을, 주 1회 이상은 7분도 쌀이 들어간 혼합미를 사용한다. 농산물의 30% 이상은 친환경 식재료에 전체적으로는 3저 1무(저염, 저당, 저지방 및 무화학조미료)의 식단이 제공돼야 한다.

곽 교육감이 최근 초등학교로 보낸 이 같은 내용의 공문에 영양사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시교육청이 책정한 무상급식 단가로는 친환경 식단을 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격은 지난해 공립초교의 평균단가(2270원)에 친환경 식재료 비용(187원)을 더한 수치.

E초교 영양사는 “우유 330원, 인건비 및 부대시설비 160원을 빼고 약 2000원으로 친환경 식단을 짜기는 빠듯하다. 1년 전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4.5%이지만 친환경식품가는 25%가 올랐다. 곽 교육감이 지난달 16일 원효초교에서 시연한 친환경 식단처럼 하려면 4000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F초교 영양사는 “정부양곡이 지난해 기준 20kg에 약 4만 원인데 친환경 쌀은 5만∼6만 원이다. 친환경 쌀을 쓰면 가공품을 부식으로 써야 하므로 반찬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친환경 쌀의 물량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교육청이 만든 ‘학교급식 친환경 쌀 공급 가능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급처는 전국에 144곳.

20년간 학교에 정부양곡을 보냈다는 정모 씨는 “친환경 쌀은 같은 면적에서 3분의 1밖에 안 나와 공급량이 달린다”고 얘기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친환경 쌀 생산량(44만9000t)은 전체(491만6000t)의 9.1% 정도.

한편 친환경무상급식연대는 이날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 원년 선포식’을 열고 “국민은 이제 보편적 복지 정책에 따라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것이며 무상급식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는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은 국민을 기만하는 세금급식이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 운동 위임자가 최근 1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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