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던 ‘예비신부’ 끝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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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헬기 탑승 여경, 동료와 연내 결혼예정
제주해상서 시신 발견… 실종 4명은 수색중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이유진 순경(28·여)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이 순경은 날짜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동료 해양경찰관인 최모 순경(29)과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다. 최 순경은 2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밝게 웃는 모습이 선한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충남 천안시 해양경찰종합학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왔다. 이 순경은 지난해 6월 해양경찰관 공채시험(219기) 영어 부문에 합격한 뒤 12월 27일 제주해경 1502함에 배치됐다. 경비함에서 이 순경은 항해조타 지원업무를 수행했다.

이 순경과 동기인 박진호 순경(43·부산해경)은 “이 순경은 집이 부산이지만 첫 근무지가 제주도로 결정된 것을 알고도 너무 담담하게 웃었다”며 “항상 성실했던 동기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경은 헬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 수색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 9시 10분경 이 순경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제주시 제주대병원에 안치됐다.

이에 앞서 오전 8시 10분에는 한림읍 서쪽 116km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 잔해인 꼬리와 문짝 등을 발견했다. 사고 해역에 급파된 경비함정과 항공기 등은 헬기 기장 이병훈 경위(40) 등 나머지 4명의 실종자를 수색했다. 해경은 추락한 헬기가 수심 80m가량의 바다 밑바닥에 있을 것으로 보고 탐색장비를 동원해 본체를 찾고 있다.

AW-139 헬기는 23일 오후 8시 20분경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128km 지점에 있던 제주해경 1502함에서 복통을 일으킨 이 순경을 제주지역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통신이 두절됐다.

사고 당시 주변 해역은 파도가 1∼2m로 잔잔했고, 바람도 초속 8∼10m로 기상은 양호했다. 해경 관계자는 “헬기 본체를 수거한 뒤 블랙박스 등을 조사해야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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