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여의도고 1학년 이경호 군

  • 동아일보

“수학, 포기보다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죠”

서울 여의도고 1학년 이경호 군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경기를 보면서 느낀 끈기와 근성을 공부에 접목시켜 고1 1학기 중간고사에 44점이던 수학점수를 89점으로 끌어올렸다.
서울 여의도고 1학년 이경호 군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경기를 보면서 느낀 끈기와 근성을 공부에 접목시켜 고1 1학기 중간고사에 44점이던 수학점수를 89점으로 끌어올렸다.
《서울 여의도고 1학년 이경호 군(17)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팀의 열혈 팬이다. 팬이 된 지 6년째. 리버풀의 인터넷 팬 카페에 가입한 것은 물론이고 그의 책상 앞은 리버풀 선수들의 브로마이드로 ‘도배’가 되어있다. 주장 스티븐 제라드의 자서전과 구단 티셔츠도 구입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생중계되는 리버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이 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터키에서 열린 2004∼2005 유럽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꼽았다. 당시 리버풀은 전반에만 이탈리아의 AC밀란에 0 대 3으로 뒤졌다. 리버풀 팬들조차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상황. 하지만 후반에 황금 같은 3골을 몰아넣어 동점을 만든 뒤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패배로 일관한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 때 리버풀을 이끄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한 마디는 큰 이슈가 됐다.“고개를 숙이지 마라. 끈기와 근성의 리버풀 정신을 기억하라. 팬들에게 영웅이 될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이 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 한마디가 내 인생의 모토가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까지 이 군에게 공부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공부는 시험 3∼4주를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는 게 전부였다. 중학교 성적은 전교 450여 명 중 70등 안팎.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성적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성적은 대학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결심을 하니 ‘발동’이 걸렸다. 수업시간에는 맨 앞줄에 앉았다. 최대한 교탁 가까이에 앉아 집중했다.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빨간색 펜으로 바꿔 꼼꼼히 필기했다. 학교가 끝나면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을 골고루 분배해 4∼5시간을 공부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에서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평균 80점. 전교 454명 중 35등을 기록했다. 국어·영어·사회과목은 90점을 훌쩍 넘겼건만 수학과목에서는 44점을 받은 것.

기대이하의 수학점수에 좌절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런 이 군의 마음에 불이 지핀 건 교육방송(EBS)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막힌 답, 중학교 수학으로 뚫다’ 편에 나온 주인공은 고3 6월 모의고사 이후 수학성적이 정체되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수학공부가 안 될 때는 중학교 과정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중학교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원리를 쉽게 이해하게 된 성공담이었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결국 목표를 이뤄낸 주인공의 모습이 ‘리버풀 정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수학점수가 안 나왔다고 포기하지 말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노라고 다짐했어요.”(이 군)

이 군은 먼저 수학점수가 저조한 까닭을 스스로 분석해봤다. 실패의 원인은 어떤 유형의 문제가 시험에서 나올지를 전혀 예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학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평소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 군은 수학 문제집을 3권 이상 푸는 한편 혼자서 수학 공부하는 시간을 하루 평균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렸다.

특히 학교 쉬는 시간 10분을 적극 활용했다. 하루에 쉬는 시간은 보통 총 6회. 이 시간만 모아도 하루 1시간은 더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혼자 공부를 할 땐 ‘20분 동안 15문제 풀기’처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 60분 안에 서술형 문제 7개를 포함해 모두 23개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교시험에서는 시간부족을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 땐 풀이과정을 꼭 적었다. 틀린 문제는 해설집과 비교해 ‘계산실수’ ‘문제이해력 부족’처럼 틀린 이유를 반드시 적었다.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운 좋게’ 맞힌 문제는 ‘한 번 더 풀어보기’라고 표시했다. 아예 모르는 문제는 별표를 치고 해설집을 본 뒤 다시 풀었다. 평소 꾸준히 수학에 집중하다보니 시험기간에는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할 여유가 생겨났다.

이 군의 끈기와 근성은 빛을 발했다. 1학기 기말고사에서 수학점수를 88점으로 끌어올리더니, 2학기 중간·기말점수에서 89점을 받았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목 평균 90점을 기록하며 전교 11등에 올랐다.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학기 만에 이 군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학문제를 친구들에게 물어보던 입장에서 어느덧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수확. 리버풀 팀처럼 어떤 어려움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후반전’에는 승리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배추 값 파동’ ‘휘발유 값 상승’ 같은 경제관련 기사를 관심 있게 보다보니 서울대 경제학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체계적으로 경제원리를 배워서 나만의 경제이론을 세워 노벨경제학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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