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메트로 엿보기]성남문화재단 대표 결국 ‘코드 인사’?

  • 동아일보

경기 성남시 산하기관인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정은숙 세종대 성악과 교수(65·여)가 선임됐습니다. 재단 이사회는 25일 오후 회의를 열어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이종덕 전 대표이사(76·현 충무아트홀 사장) 후임에 정 교수를 낙점했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성남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면 최종 확정됩니다. 그러나 정 교수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고 문익환 목사의 며느리로 영화배우 문성근 씨의 형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지냈습니다. 지난해 11월 재단 이사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 교수를 대표이사로 ‘특채’하려다 실패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성남시의회는 “전문경영인 출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외부 청탁에 의한 선임이라는 이유도 거론됐습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코드 인사’라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이번 선임은 공개채용 형식을 빌렸습니다. 유명 문화예술단체 및 공연장 경영자, 언론계 인사 등 9명의 전문가가 응모했습니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을 거쳐 선정된 2명의 후보 가운데 정 교수가 선임됐습니다. 재단 측은 “감사담당관 입회 아래 전문가 풀(pool)에서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뽑는 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단과 성남시 안팎에서는 말이 많습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 ‘들러리 공모’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소속 한 성남시의원은 “한 번 부결됐던 인물을 다시 미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성남시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또다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남시의회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어서 정 교수가 의회 동의를 얻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의회 동의를 받아 취임하더라도 코드 인사나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는 계속 나올 것입니다. 정 교수가 이런 오명을 벗으려면 재단 대표 자리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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