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대역사관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옛 대구읍성이 사라지기 전 대구지역 모습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대구를 볼 수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중구 포정동 대구근대역사관. 외관부터 보통 건물과 다르다. 1932년 일제강점기 때 조선식산은행(朝鮮殖産銀行) 대구지점이었던 건물로 지금은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2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하부 흰색 화강암과 상부 살구색 타일이 어우러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역사관 입구는 일제강점기 이미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검은색 일본식 여닫이문이 눈에 들어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는 돌을 곡선으로 깎아 만들었다. 일부 바닥은 나무 재질임에도 아직 견고하다. 이진현 대구시 문화재담당 주무관은 “이곳은 한때 조선에 대한 금융 지배와 식민지 수탈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
역사관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조선식산은행 금고다. 당시 쓰였던 낡은 주판을 비롯해 채권과 주식, 어음 증서가 전시돼 있다. 두꺼운 자물쇠 잠금장치가 있는 쇠창살과 성인 팔뚝 두께의 철문도 눈에 띈다. 옆으로 이동하면 마차처럼 생긴 버스 한 대가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서 운행했던 버스를 재현해 놓았다. 버스에 올라타면 자동으로 스크린에 영상이 나타난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당시 버스안내양이 대구역, 서문시장, 경상감영 등 대구의 옛 모습을 직접 설명해 실제 버스를 타는 듯하다.
24일 개관한 대구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조선식산은행 건물에 격동기 대구의 모습을 담았다. 대구시는 근대건축물 이해를 높이고 대구 근대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총면적 1971m²(약 590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 문화강좌실 도서실 등을 갖췄다. 2009년 12월 착공해 1년여 만에 완공된 이 건물 공사에는 93억4000여만 원이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축음기 인력거 등 당시 주민들이 사용하던 여러 물건을 통해 근대 대구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주권 수호운동인 국채보상운동 전개 과정을 비롯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운동 등 대구 주요 근대 역사를 영상물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대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에 관한 이야기도 전시됐다. 서문시장 인근 삼성상회 설립 때부터 자본금 3만 원으로 대구 능금, 포항 건어물 등을 만주와 중국으로 수출했다는 역사가 가족사진과 함께 있다. 삼성사이다 등 당시 상품 광고전단도 전시됐다. 대구의 근대와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사진(가로 140cm, 세로 80cm)도 있다. 관람객이 허공에 책장 넘기는 행동을 하면 한 장씩 넘어간다. 최삼룡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 근대 역사의 살아있는 교육의 장은 물론 도심 관광의 출발지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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