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백신 접종 시작, 일본에서 백신 임대, 전국 사료 유통 중단, 사료공장 소독….’ 방역당국이 6일 하루 동안 쏟아낸 대책들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범정부적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2월 초에 설이 있기 때문에 구제역 확산을 1월 안에 막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작한 백신 접종의 2차 접종 시기(1차 접종 후 1개월)를 기점으로 구제역이 한 풀 꺾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기간이 두 달을 넘어서면 동원인력이 지치는 등 방역에 허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구제역 관련 긴급 장관회의에서 “설 연휴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로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한 기간이니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설 연휴는 인구 이동이 많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하면 최고 5일에 달할 정도로 기간이 길다.
○ 백신 긴급 ‘임대’, 사료공장 올스톱
방역당국은 7일부터 돼지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백신 접종에 부정적이었던 양돈농가들도 1월 들어 돼지구제역이 확산되자 태도가 달라졌다”며 “다만 접종 인력 추가 확보가 쉽지 않아 돼지 백신은 농장주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백신 수급. 당초 방역당국은 소 340여만 마리를 두 차례 접종할 수 있는 800만 마리분의 백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돼지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이 부족해지자 긴급하게 백신 공수에 나섰다.
14일과 20일 영국에서 들여오기로 한 250만 마리분의 수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일본에서 20만 마리분을 빌려오기로 했다. 구제역 백신을 빌려오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50만 마리분의 백신 가운데 일부를 7일까지 들여오기로 했다”며 “이 물량은 나중에 구제역이 종식되고 난 뒤 돌려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 전국의 가축사료 생산 및 유통을 전면 중단하고 대대적인 소독에 나섰다. 확산 방지를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방역당국은 “사료를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하루 동안 유통을 전면 중단하고 전국 사료하치장 및 환적장에 대한 일제소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가축질병으로 유통 및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사료 유통은 7일부터 재개되지만 전국 90여 개 사료공장은 7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소독을 받게 된다.
○ 군, 수의학도…가용 인원 총동원
농식품부,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와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외에도 군 병력, 수의학과 교수 및 학생 등도 속속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는 경북 강원 경기 등 구제역 발생 지역에 병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경북 안동 등 30개 시군에 38개 부대, 6만8000여 명의 병력과 장비 772대를 투입했다. 군 병력은 매몰 작업 및 이동 통제 초소에 투입되고 있다.
군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지역으로부터 10km 이내에서의 야외훈련을 중지하고 훈련도 영내 훈련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3km 이내에서는 헬기 이착륙도 금지했다. 군 관계자는 “국가적인 비상사태인 만큼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전국의 수의학과 교수 및 학생들도 속속 지원에 나섰다. 서울대 수의과학대는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의 의견을 모아 구제역 방역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70여 명이 겨울방학 기간에 방역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구제역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우리나라 축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수의학과 학생들도 방역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경기지역의 백신 접종 및 도살처분 작업에 이들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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