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타블로… 이번엔 ‘이슬람 공포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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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홈피 등에 “이민자 때문에 한국 망한다” 선동
전문가 “일부 사회불만세력 사실 왜곡해 확대재생산”

이슬람 이민자 때문에 한국 사회가 몰락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슬람뿐만 아니라 현행 다문화 정책의 포기를 요구하는 인종 차별적 주장도 거침없이 올라와 글을 올리는 주체와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다문화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일부 특정세력이 ‘타블로 사건’의 경우처럼 동조자들을 모으기 위해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고용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슬람 국가를 노동 송출 국가에서 제외시켜 주세요’라는 글 1500여 개가 올라왔다. 실명 인증을 거쳐 게시된 글은 “유럽은 최근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 인력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다문화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현 정부의 다문화 시책에 단체 항의를 제안하면서 고용부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연결해 올려둔 데 이어 지난해 12월 다문화통합기본법을 발의한 한나라당 진영 의원실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진 의원실은 “다문화정책을 포기하라는 전화가 하루 수십 통씩 걸려온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날 ‘동일한 게시글들이 게시판 운영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한 데 이어 이런 글들이 계속 올라오면 경찰수사 의뢰도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이민자에 의한 스웨덴의 몰락(한국의 미래입니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의심하고 있다. 이슬람 이민자들을 허용한 뒤 스웨덴 내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특정 종교뿐 아니라 다문화사회 자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유럽의 ‘이슬라모포비아’를 한국에서 확대 재생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다문화·인권안전센터 소장은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다문화에 대한 반발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분명한 점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다문화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서울 한복판 모스크의 기도소리가 흐른다
▲2010년 8월12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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