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19일 서울시내 고등학교 교장 300여 명에게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연수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은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에게 체벌 금지에 대한 철학과 변화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곽 교육감은 특강에 앞서 일선 학교에 체벌 금지 관련 공문을 내려보냈다.
곽 교육감은 특강에서 “9월 말까지 학교생활규정에서 체벌 규정을 삭제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체벌 대체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생활 평점제 운영, 학생자치법정 등 대체 방안을 학생, 교사, 학부모와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40여 분의 특강이 끝나자 한 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체벌 금지를 발표하는 건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40여 명의 교장도 “왜 질의응답을 받지 않나”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항의했다. 항의하던 교장들은 이후 연수는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연수장을 떠나던 정의여고 윤남훈 교장은 “‘오장풍’ 같은 폭력 교사는 문제가 있지만 훈육 차원의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며 “모든 학교를 체벌공화국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립학교 교장은 “공립학교는 교육청에서 9월 말까지 대체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도 되겠지만, 사립학교는 자율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장들의 집단 항의에 곽 교육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곽 교육감은 연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체벌 금지는 이미 10년 이상 논쟁을 거듭해 온 것인 만큼 이제 찬반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며 “오래된 관습이라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체벌 금지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