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생 2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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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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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쌓은 노하우, 퇴직뒤 개도국서 전수
퇴직 전문가 해외파견… 정상진-박운철 씨 첫 선정
베트남-몽골公社 근무… 전력-주택 기술-경영 자문
전문 지식 살려 마지막 봉사…국내 기업 현지 진출도 도와


직장에 다니다가 정년퇴직한 뒤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30년간 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얻기는 더욱 어렵다.

정부가 올해 첫 시행하는 퇴직 전문가 해외파견 제도를 통해 전력과 주택건설 분야 베테랑들이 퇴직 이후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개발도상국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봉사활동의 성격도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진 씨(왼쪽)와 박운철 씨(오른쪽)가 18일 서울 송파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해외파견 퇴직전문가 위촉장을 받은 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씨와 박 씨는 각각 베트남과 몽골에 파견돼 최소 1년간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사진 제공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상진 씨(왼쪽)와 박운철 씨(오른쪽)가 18일 서울 송파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해외파견 퇴직전문가 위촉장을 받은 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씨와 박 씨는 각각 베트남과 몽골에 파견돼 최소 1년간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사진 제공 정보통신산업진흥원
○ 배운 지식 활용할 좋은 기회

197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한 정상진 씨(61)는 25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그는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국영베트남전력공사(EVN·Electricity of Vietnam)에서 일하게 된다.

전력시장 개설을 앞두고 있는 베트남 측이 한국에 관련 노하우를 전수해줄 전문가를 요청했고 퇴직한 정 씨가 적임자로 선발됐다. 정 씨는 “정년퇴직 이후 사실 좀 심심했다”며 “퇴임했다고 해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공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분야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트남이 원하는 전력시장 분야에서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 꼽힌다.

2001년 한전이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위해 전력거래소와 발전회사 등으로 분리하면서 정 씨는 전력거래소에서 시장개발처장과 시장운영처장 등을 맡았다. 사실상 한국의 전력시장을 만들고 정착시킨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씨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외국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했다. 또 “한국은 베트남으로 수출은 많이 하는 데 비해 수입은 적게 해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를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개도국에 노하우 전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32년을 근무한 박운철 씨(59)는 지난해 정년퇴임했지만 요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음 달부터 몽골주택금융공사(MHFC)에서 대규모 공사의 자문역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택박람회 등을 돌아보며 몽골에 전수해줄 최신 기술 등을 살펴보고 있다.

몽골은 게르(몽골족의 이동식 집) 등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세우는 재개발 사업과 새로운 주거지역을 건설하는 도시계획 사업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공사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한국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다.

여기에 30년 이상 현장 품질관리, 건설관리, 건설계획 등을 맡았던 박 씨가 지원해 선발됐다. 박 씨는 “몽골에는 국가 차원의 도시계획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배운 노하우를 알려줄 계획”이라며 “당장 집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큰 틀의 계획을 잘 세워야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만큼 건설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 있을 때부터 퇴직 후 봉사활동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전문성도 살리고 개도국에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 올해 34개 분야 50명 파견

지식경제부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퇴직 전문가 해외파견 제도는 민간과 공공기관 출신의 퇴직 전문가들을 동남아나 중동 등지에 파견해 기술 및 경영 자문을 담당하는 제도다. 이들은 해당 국가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돕는다.

파견되는 퇴직 전문가들에게는 별도의 임금은 없다. 다만 현지 물가에 맞춰 항공료 주택비 체재비 활동비 등을 1년간 지급한다. 국내 기업이 해당 국가로 진출하게 돼 기간이 연장되면 정부와 기업이 비용을 분담해 지원할 예정이다.

지경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올해 50명의 퇴직 전문가를 선발해 개도국에 파견한다. 대상은 전력시스템, 원자력발전소 개발 및 운영관리 시스템, 공항운영관리시스템 등 수출 가능성이 높은 공공 서비스 34개 분야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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