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저소득 서민 ‘주택 로또’ 시프트 입주자들 “기대보다 품질 낮다” 불만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결로… 누수 … 타일 불량… 난방비 등 관리비도 많아
시공사 “단가 낮아 품질 소홀”
공사측 “부실 없도록 관리”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아파트 다용도실 벽과 창틀에 물방울이 맺혀 얼어붙은 모습(위)과 다용도실에 두었던 수납장에 곰팡이가 핀 모습(아래).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아파트 다용도실 벽과 창틀에 물방울이 맺혀 얼어붙은 모습(위)과 다용도실에 두었던 수납장에 곰팡이가 핀 모습(아래).
‘주택 로또’로 불릴 정도로 서울의 저소득층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높은 관리비와 부실시공으로 운영상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프트는 가구소득이 평균의 70% 이하인 서민을 위해 서울시가 최장 20년까지 임대해주는 주택. 전세금이 시세보다 저렴한 데다 공기업이 공급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험도 없어 서민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건축과 아파트 관리에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려다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주택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입주자들의 불만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회사원 김모 씨(33)는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아파트 59m²형에 시프트로 입주했다. 처음에는 좋은 조건으로 집을 구했다는 생각에 몇 가지 불편이 있어도 참았다. 하지만 겨울 내내 다용도실의 벽이나 창틀에 물기가 생겨 얼어붙는 결로(結露)현상이 생기면서 가전제품이 부식됐다. 김 씨를 더 화나게 한 건 관리비. 그는 “작년 12월엔 난방비 20만 원을 포함해 모두 39만 원이 넘는 관리비가 나왔다”며 “배관에 문제가 있어서 도시가스를 많이 써도 방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아기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시프트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송파 장지지구, 상계 장암지구, 왕십리 뉴타운, 강일지구 등에 모두 7884채가 공급됐다. 서민 주거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서울시는 올해엔 1만여 채로 공급량을 늘려 잡았다. 하지만 물량 공급에만 신경을 쓴 탓인지 시공의 질 유지와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리비가 비싼 것 외에도 주민들은 주차장의 누수, 실개천 관리 문제, 타일 불량으로 인한 구멍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과 시프트 입주인이 37%가량을 차지하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1지구단지에선 지난해 7월 아파트 입주민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하자 사진 공모전’까지 열렸다.

건설사들은 분양원가를 낮추려는 최저가 낙찰제 때문에 공사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결국 공공아파트의 질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SH공사 자료에 따르면 시프트로 활용되는 17개 단지의 예정가 대비 낙찰률은 65∼98% 수준으로 이 중 11개 단지는 85%보다도 낮았다. 낙찰률이 85% 이하라는 것은 시공사들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서울시가 추정한 공사비보다 15% 이상 가격을 낮춰 아파트를 지었다는 뜻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액에 맞춰 공사를 하라고 하니까 꼼꼼하게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급공사는 아파트 브랜드를 걸고 짓는 게 아닌 만큼 품질 관리에 자연히 소홀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와 SH공사 측은 공공주택으로서 시프트가 갖는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다만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입주민들이 지역난방의 특성을 모르고 스위치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등 사용미숙으로 에너지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SH공사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심사기준을 강화하면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구조”라며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결로현상 등으로 상태가 안 좋은 가구에 대해서는 단열재 보수공사를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