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옥 부장검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여성 검사의 간판 격인 이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46·사법시험 31회)이 최근 개인 사정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갖고 싶었다”며 “공교롭게 집안 사정도 있어 사표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 달 5일자로 퇴직하는 이 부장검사는 짧게 휴식을 가진 뒤 변호사로 새 출발을 할 계획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21기 검사 중 유일한 여성으로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부장검사로 부임했다. 현직 여성 검사 중 서열 2위인 그는 검찰에 계속 근무할 경우 유력한 여성 검사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부장검사는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를 주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검사와의 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수석검사로 평검사회의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밀어붙였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맞서 “법무부의 개혁안은 밀실인사의 결과”라며 정면 대응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사와의 대화’ 때 “저희 검찰, 우리 검사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지 않나.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까 우리 검찰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안아 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주문해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당시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에 평검사 대표로 참여했다.
현재 검찰의 부부장급 이상 여성 간부는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모두 10명뿐이다. 여성 검사 선두주자인 조희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를 비롯해 김진숙 사법연수원 교수, 이영주 대검찰청 형사2과장 등 부장검사 8명, 황은영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등 부부장급 검사 2명 등이다. 최근 들어서는 신임 여성 검사가 급증해 올 2월 임관한 신임 검사 97명 가운데 여성은 절반이 훌쩍 넘는 54명에 달했다. 전체 검사 1782명 가운데 여검사는 36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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