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KT용산 전화국 앞 버스중앙차로의 아스팔트가 파여 차선 표시가 끊어져 있다. 폭설이 내린 4일 이후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눈이 도로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아스팔트 표면이 갈라진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대란에 가까운 폭설이 내린 4일 이후 전국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제대로 치워지지 않았던 눈은 도로에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길을 만들었고 이를 치우는 과정에서는 도로 곳곳이 파이기도 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아스팔트 표면이 쩍쩍 갈라진 곳도 많다. 특히 이런 현상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버스만 다니는 데다 눈이 와도 교통량이 줄지 않아 도로에 전해지는 하중이 크기 때문이다.
○ 자갈과 얼음덩이로 사고 위험
중앙버스차로가 시작되는 서울역 앞에서는 붉은색 차로 곳곳이 패어 나간 흔적으로 마치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듯했다. 곳곳에 생긴 구멍은 특히 버스가 멈춰서는 신호 정지선 부근에 많았다. 어른 주먹보다 큰 구멍도 쉽게 눈에 띄었다. 도로에서 상대적으로 버스 하중을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서울시는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느라 도로를 밀고 지나갈 때도 파손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 중간에 있는 맨홀 뚜껑 주변에도 영락없이 도로가 깨져 있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으면서 약해진 아스팔트가 버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이 약한 맨홀 주위부터 깨져 나간 것.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으로 이어지는 중앙버스차로 구간에서도 같은 현상이 계속 번지고 있다. 일부 눈이 녹아 고인 곳을 버스가 지나가면 승객 쪽으로 물이 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번 도로가 깨져나가기 시작하면 겨울 동안 점점 넓게 깨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대건설기술연구원 이석홍 수석연구원은 “균열이나 깨진 틈으로 눈이 다시 들어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 해당 부분이 계속 약해지면서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가 저속으로 진입하는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작은 얼음 알갱이가 녹지 않은 채 굴러다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스가 지나가면서 정류장 승객 쪽으로 튀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눈으로 볼 때는 별 이상이 없지만 사실상 빙판길을 만들고 있어 제동력을 떨어뜨리거나 정류장 인접 지점에서 미끄러질 우려가 높다는 것.
도로 파손이 심해지면서 버스운전사들도 안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502번 버스를 모는 한 운전사는 “폭설이 온 이후에 도로가 깨지거나 움푹 팬 곳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버스 바퀴가 크기 때문에 아직 운전에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전했다.
○ 서울시 “아직 대책이 없다”
서울시는 아직 도로 파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이에 따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인규 서울시 도로관리담당관은 “바닥난 제설제를 다시 구매하는 등 제설 작업의 후속대책만으로도 일손이 모자라 도로 상태는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며 “최대한 빨리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추위가 계속되는 동절기라 당장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눈 예보도 다른 해보다 잦은 터라 중앙버스차로 파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수석연구원은 “전면 보수는 날씨가 너무 춥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응급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며 “갈라진 도로 균열을 메우는 매립재를 채워 넣으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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