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소외계층에 국비유학생 선발문턱 낮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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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부터 자격요건 완화… 어떻게 달라지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박진 한나라당 의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비유학생 출신이라는 것이다. 국비유학제도로 지난해까지 1999명이 세계 각국에서 유학했다. 1980년대까지 국비유학생으로 뽑히려면 재학 중인 대학 추천을 거쳐 외국어 국사 윤리 및 전공 시험을 봐야 했다. 면접까지 통과해야 최종 선발자가 될 수 있었다.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해외 유학이 자유롭지 않았던 만큼 유학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큼 인기가 높았다.》

국사시험 자격기준 한 등급 낮춰 외국어도 일정수준 넘으면 통과
입학사정관제 형태로 심층면접
전공분야 광역화-박사위주 선발


1988년 해외유학이 자율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자비유학생도 크게 늘고 민간장학재단에서도 해외유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1980년 자비유학생이 1만30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1만6000명을 넘었다. 특히 석·박사 학생은 국내 대학원 재적 학생 대비 해외유학생 비율이 28.5%나 된다. 석·박사 학생 10명 중 3명은 해외유학을 다녀온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비유학제도는 까다로운 자격시험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해외유학을 가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서민층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비유학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교과부 재외동포교육과 이경남 사무관은 “1977년에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한 번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부터 국비유학생제도를 능력이 뛰어나도 경제 사정이 어려워 유학을 포기했던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현재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필기시험보다 면접에 비중

교과부는 지난해 국비유학생 지원에 필요한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자격 수준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췄다. 외국어 시험성적도 자격 요건으로 변경해 일정 수준 통과 여부만 심사한다.

올해부터는 선발방식도 입학사정관 형태로 바꾼다. 필기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보다 심층면접을 통해 국가 및 사회에 대한 봉사의식을 갖춘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해서다. 심층면접에서는 성장과정, 기본학업능력, 전공적성 등을 평가한다. 전공 필기시험을 없애는 대신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심층인터뷰를 한다.

또 전체 선발 인원 20% 내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을 별도 선발한다. 현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액도 올릴 방침이다. 2008년 기준으로 국비유학생들은 연간 3만1000달러를 장학금으로 받았다.

○ 인문-사회계열 12개, 이공계열 14개로

지난 22년 동안 국비유학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영국이나 미국처럼 학생들이 선호하는 국가보다는 아프리카나 중동으로 국비유학생들을 보내왔다. 이에 따라 아이비리그에 속한 8개 대학으로는 사실상 유학을 갈 수가 없었다. 교과부는 이 부분을 바꿀 계획이다.

이 사무관은 “아직 구체적인 법령 조절 절차가 남아 있지만 아이비리그 유학생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선발 분야도 광역화된다. 국비유학생 선발 분야가 지나치게 세분화됐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인문 사회계열은 12개, 이공계는 14개로 전공을 광역화하기로 했다. 또 응시자들의 파견 국가 및 전공 선택권도 확대한다. 민간유학과 달리 국비유학생들은 현지에서 전공을 바꿀 수 없는 맹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박사 위주로 선발하는 것도 주요 변화다. 교과부는 “학생 및 국가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 3년인 장학금 수혜 기간도 우수 학생에 한해서는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40명인 국비유학생 정원도 연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과부는 국비유학생제도를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명칭을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Global Korea Scholarship)’으로 바꿀 계획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미국 풀 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다”며 “선진국처럼 국비유학생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2월에 자세한 개선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비유학생이나 기타 국가지원 유학프로그램에 지원하려는 유학 준비생은 국립국제교육원에 문의하면 선발 과정이나 지원자격 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3668-1300, www.niied.go.kr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국비유학생의 역사

1948년 미국에 35명 첫 파견
진대제-박진-김대환 등 배출


1948년 당시 문교부는 영어 한국사 같은 과목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35명의 첫 국비유학생을 선발해 미국 대학으로 보냈다. 심종섭 서울대 명예교수, 고 김옥준 연세대 교수, 고 이한빈 경제기획원 장관 등이 첫 국비유학생들이다. 문교부에서 유학생을 뽑았지만 장학금은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던 '점령지 구제 계획' (GARIOA·Government and Relief in Occupied Areas) 프로그램을 통해 받았다. 이후 1958년 자유당 정권은 국비유학생 제도를 부활시켜 연간 50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면서 무산됐다.

현재의 국비유학생 제도는 1977년 만든 것으로 도입 첫해에는 미국 10명, 독일 1명, 케냐 1명 등 12명을 선발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때 선발됐다. 대학 시절 장학금을 받지 못해 유학이 좌절됐던 진 전 장관은 국비유학생제도 덕분에 1977년 9월부터 1980년 8월까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했다.

국비유학생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라 대외 활동은 적은 편이다. 정치인 중에서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1985∼1993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법을 공부했다. 박 의원은 “매년 공부한 것을 대사관에 보고하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공부한 것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도 박 의원과 같은 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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