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관측이래 최대 적설량… 수도권-강원-전남 물류마비
눈길 사고 등으로 6명 사망… 오늘 출근길도 교통대란 우려
강원 충청 일부 오늘도 눈
하얀 ‘교통지옥’… 차량 미는 경찰들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린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입구에서 남산3호터널로 향하는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자 경찰관들이 차량을 밀고 있다. 이날 기록적인 폭설로 서울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박영대 기자
새해 첫 출근날인 4일 서울에 기상당국이 적설량 측정을 시작한 1937년 이후 가장 많은 25.8cm(오후 8시 기준)의 눈이 내리는 등 중부지방에 폭설이 집중돼 주요 도로가 마비되는 등 큰 혼잡을 빚었다.
기상청은 당초 이날 서울에 5∼7cm, 최대 10cm 이상 올 것으로 예보했으나 실제 눈은 역대 최고 기록인 25.6cm(1969년 1월 28일)를 경신할 정도로 빗나갔다. 기상청은 “한반도 상공에 있던 찬 공기와 서해에서 습기를 품은 따뜻한 저기압이 서울 상공에서 만나 많은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 22.3cm, 경기 이천 23.2cm, 문산 20.2cm, 강원 춘천 23cm, 동해 21.6cm, 충남 천안 11.5cm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내렸다. 이날 서울에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6∼9시에 12.4cm가 집중되면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지하철로 몰렸으나 폭설로 전동차가 고장을 일으켜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KTX와 새마을, 무궁화호 열차 142편 등 190여 편도 지연됐다. 김포공항은 9년 만에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가 눈이 그친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운항이 재개됐다. 인천공항에서도 국제선 27편이 취소됐다.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가 오후까지 주차장으로 변해 수도권과 강원, 전남 지역의 물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서해안 연안 여객선까지 발이 묶여 육해공 교통수단이 대부분 막혔다. 빙판길 교통사고와 추락사고로 이날 오후 8시 현재 6명이 사망했다.
또 시내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가 막히면서 운송업계가 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산업계도 피해가 많았다. 4일 출퇴근길에 이어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이 예상되자 도심에는 퇴근을 포기한 직장인들이 찜질방과 숙박업소에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8시 수도권 전역에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이날 오후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비축 염화칼슘 방출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경찰도 갑호 비상령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제설작업과 교통정리에 나섰다. 수도방위사령부 등 6개 군부대는 서울 남태령과 청량리, 강남, 목동역 등 주요 교통 거점에 군인 5000여 명과 제설장비 80여 대를 투입했다.
눈 맞고 주저앉은 항공기 9년간 전면 중단 사태가 없었던 김포공항도 이번 폭설에는 어쩔 수 없었다. 4일 오전 관계자들이 운항 취소된 비행기 위에서 눈을 치우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서울시는 배차간격이 2분 30초인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를 한 시간씩 늘려 5일 오전 6∼10시, 오후 6∼9시에 집중 배차한다. 시내버스 운행 대수도 6636대에서 7166대로 530대 추가하고 택시 부제도 해제한다.
한편 기상청은 5일에도 충청과 호남, 강원 영동, 경북 북부, 제주도에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서울은 눈이 내리지는 않겠지만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져 전날 내린 눈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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