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선원가족들의 가슴 찡한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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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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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닮으신 당신
오늘, 너무도 그립습니다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그 하늘과,
당신이 몸담았던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엔 당신의 환영이
보일 것 같아….》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그 하늘과, 당신이 몸담았던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엔 당신의 환영이 보일 것 같아….” 20여 년 전 바다에서 숨진 남편을 그리면서 쓴 노정숙 씨 편지글이다. 그는 남편을 못 잊어 수평선을 벗하며 살고 있다는 사부곡(思夫曲)을 ‘수평선엔 아빠의 환영이’란 제목으로 애잔하게 표현했다. 이 글은 9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선상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랑이 담긴 편지’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공모전에는 편지 70여 통이 접수됐다.

부산해항청은 응모 편지를 모아 ‘사랑은 파도를 넘어’라는 책자를 만들 예정. 망망대해에서 근무하는 선원과 가족에게 이달 말 전달한다.

권현주 씨는 ‘멋진 항해사 만재에게…’라는 글에서 “‘배타는 사람’에 대한 편견에 가슴 아팠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커피 한잔 할 그날을 기다린다”며 약혼자에 대한 사랑을 그려 우수작으로 뽑혔다.

직장인 김찬오 씨는 꽃게잡이 어선을 타는 미혼 형에게 “세찬 바람 맞을 것 생각하면 명치끝이 찡하게 아려온다”며 “이젠 바다생활 마무리하고 육지에 정착해 형수님 만났으면 좋겠다”고 썼다. 윤성란 씨는 어부인 남편에게 “빈자리지만 당신 밥그릇에 고봉으로 밥을 담고 안전을 용왕님께 빌고 또 빈 지도 3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을 적었다.

“어느 누구보다 꽃처럼 고우신 당신, 평생을 함께한 그 푸른 바다와 함께하는 당신이 너무나 그립습니다”며 새벽시장에서 생선을 파느라 고생하는 어머니를 담담하게 그린 서울대생 이예은 씨의 글에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심사를 맡은 브니엘여고 박홍배 교장과 수필가 강순련 씨는 “편지란 그 어떤 문학보다 감동 전달이 직접적이고 확실하다”며 “응모편지를 읽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 몇 번이나 창밖을 바라봤다”고 밝혔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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