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기 신드롬… 동네 유치원 텅텅 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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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광기 씨(40)의 아들 석규 군(7)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부모들이 건강한 자녀를 아예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마다 학생 중 절반 가량이 결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S유치원은 최근 유치원생들이 반으로 줄었다. '내 아이가 설마'라고 생각했던 부모들이 건강한 7살짜리 사내아이가 발병 3일 만에 사망했다는 뉴스에 충격을 받은 것. 강남구 논현동의 K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신종플루에 걸린 아이가 없는데도 부모들이 불안감만으로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다"며 "각 반마다 30% 넘게 결석생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문정동에 있는 S유치원도 "어머니들이 불안해 아이를 유치원에 안 보낸다"며 "워낙 많이 안 오다보니 결석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매일 TV로 보는 연예인에게 일어난 일이라 마치 내 일인 것 같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7살 딸을 은평구 대조동 N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소영 씨(38·여)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한반 20명 중 10명이 안 나왔더라"며 "이광기 씨 아들도 신종플루에 폐렴이 겹쳐 합병증으로 죽었다고 해서 어제 아이에게 폐렴예방 접종을 맞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기 무서워도 맞벌이 때문에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도 적지 않다. 5살 딸을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K유치원에 보내는 회사원 정용성 씨(33)는 "아이가 '친구들의 3분 2는 안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대안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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