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창의력은 끈기…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면 뭔가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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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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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과학 창의대회 대상 최원혁 - 이준영 군
책 통해 끊임없이 상상력 키워… ‘예, 아니요’보다 ‘왜’를 먼저 고민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6학년 최원혁 이준영 군은 지난달 10일 국립중앙과학관과 한국초등교장협의회가 주최한 ‘제3회 상상력을 깨우는 수리과학 창의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대회는 주어진 플라스틱 조각들을 재료로 해 참가자들이 삼차원 형상물을 만드는 대회. 심사위원들은 작품 속에 담긴 수학(기하학), 과학원리와 함께 창의성을 평가한다.

이번 대회에서 ‘수학의 평면도형을 이용해 동물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라’는 과제를 받은 최 군과 이 군. ‘움직이는 코끼리’를 만들기로 한 그들은 2시간에 걸쳐 설계도(그림 참조)를 작성했다. 핵심은 코는 삼각기둥, 다리는 사각기둥 모양으로 만들기로 한 것. 각도의 성질과 도형의 특성을 잘 이용해 조각들을 이어 붙였다. 그러자 마치 관절이라도 있는 것처럼 코와 다리의 마디마디가 꺾이면서 움직이는 코끼리가 완성됐다(사진 참조). 이들의 작품은 이달 중 스웨덴 국립과학관에 전시될 예정.

최 군과 이 군의 놀라운 상상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비결 1] 생각하는 걸 그림으로 그릴 줄 아니?

최 군은 어렸을 때 레고 블록을 이용해 자동차, 배 같은 모형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군은 원목막대기들로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카프라(요술판자)를 즐겨 했다. 초등 3학년 땐 ‘카프라 쌓기 대회’에서 거북선을 만들어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

두 학생의 공통점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점. 최 군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는다. 책을 펴면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훑은 뒤 관심 있는 대목을 여러 번 반복해 읽는다. 동물과 관련된 책은 대부분 읽었으며, 최근엔 지구와 우주의 탄생에 관심이 생겼다. 책을 읽다가 생기는 궁금증은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최 군은 “진화론을 창시한 과학자 다윈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가 갖는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면서 “장차 생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군은 동화와 만화책을 읽으면서 수학·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책에서 단원 끝부분에 ‘이런 내용은 ○○이론과 연관돼 있다’는 표현이 나오면 지나치지 않고 꼭 관련된 책이나 사진자료를 찾아보았다. 초등 2학년 때부터 읽어온 과학 잡지는 과학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

이 군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만화로 그려보는 게 재밌다”고 했다. 과학책에 나온 실험장면을 그대로 옮겨 그리면서 어떤 실험기기가 사용되고 어떻게 실험하는지를 흥미롭게 익혔다.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A4용지 위에 그림과 수식을 쓱쓱 쓰다 보니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함수’의 개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기도 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최 군은 장수풍뎅이, 메뚜기 등을 본떠서 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은 더 정교해졌다. 최 군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되고 기억이 더 잘 난다”고 했다.

[비결 2]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질 줄 아니?


두 학생은 국내외 수학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군은 올해만 해도 한국학생수학인증대회(KMCE)와 국제청소년수학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최 군도 전국초등수학학력평가에서 금상을, 전국수학학력경시대회에선 장려상을 받았다.

이 군은 같은 문제라도 친구들보다 빨리, 정확하게 푼다는 평을 받는다. ‘주어진 그림에서 각도를 구하시오’ 같은 문제는 특히 그렇다. 오랜 독서를 통해 작도법부터 엇각과 동위각을 구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최 군은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바로 포기하지 않는다. 수학문제 하나를 푸는 데 한 시간 이상 씨름하기도 한다. 최 군의 어머니 추소희 씨(37)는 “어려운 문제의 경우 처음엔 아이에게 해답지를 준 뒤 해법에 따라 풀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가 ‘아니야. 내 식대로 할 거야’라면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나서는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최 군과 이 군의 태도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두 학생은 처음엔 거북이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거북이의 등은 완전히 동그란 형태가 아니라서 평면도형들을 이어 붙여 만들기가 불가능했다. 코끼리를 만들기로 한 그들은 기왕이면 코와 다리와 꼬리가 움직이는 코끼리를 계획했다. 도형끼리 아귀가 안 맞아서 다리와 코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움직이질 않았다. 다리 길이를 조정하고 설계도를 수정해가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움직이는 코끼리가 완성됐다.

[비결 3] 생각을 숨김없이 표현할 줄 아니?

이 군은 어떤 질문에도 ‘예’ ‘아니요’로 짧게만 답하는 경우가 드물다. 늘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이 군의 아버지 이태호 씨(43)가 아이에게 가장 자주 던진 질문은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였다.

이 군은 1학년 때부터, 최 군은 2학년 때부터 학교 수학특기부에서 매주 나흘을 공부했다. 사교육은 없었다. 두세 시간 동안 서너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수업방식은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됐다.

최 군은 “안 풀리는 문제는 먼저 친구들끼리 상의해서 해결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선생님에게 설명을 부탁한다”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신이 난다”고 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코끼리는 열대우림이나 초원에 살며, 수명은 60∼70세이다. 긴 코와 큰 귀가 특징이며, 몸집이 크다. 암컷이 무리를 이끌며, 동료가 죽으면 그 뼈나 사체를 덤불이나 동굴에 숨긴다. 코끼리는 인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로 분류된다. 인도코끼리는 귀와 몸집이 작지만, 아프리카코끼리는 귀가 크고 몸집이 크다. 코끼리의 코는 근육으로 되어 있고, 물을 좋아한다. 우리가 만든 코끼리는 코끼리처럼 움직이고, 다리와 꼬리도 움직인다. 하지만 코가 완전히 움직이지를 못한다. 톱니바퀴가 있어 물에서 스크류처럼 작동하며, 손잡이가 있어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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