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만성질환자 추가 사망 가능성”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 감염의학 전문가 3人의 ‘영향력 진단’

《정부는 18일부터 동네 의원에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염의학 전문가들은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 발생을 일찍부터 예견했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삼성서울병원 교수),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3명의 전문가에게서 전망을 들어봤다. 》

학교내 감염 확산 우려에 “검사로 충분” “개별휴교 고려”
“현 수준서 크게 악화 안될 것… 물만 보이면 손 씻어라”

앞으로도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박 위원장은 “사람마다 병에 대한 면역력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추가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홍빈 교수도 “감염자가 늘면 당연히 사망자도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망자는 젊은 사람보다는 노약자와 만성질환자에 집중될 것이라는 데도 대체로 의견이 같았다. 김우주 교수는 “세계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많이 감염되고 있지만 합병증의 위험은 50, 60대와 고위험군에 집중되고 있다”며 “미국도 사망자의 70∼80%는 만성질환자나 면역억제제 투여자, 2세 미만과 노약자에 집중돼 있으며 국내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1918년 스페인 독감에서는 젊은 층의 피해가 가장 컸다”며 “나이가 큰 변수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김우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밝힌 치사율은 0.7∼0.8%이지만 경증환자를 포함하면 기존 독감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가을철 대유행을 우려했다. 반면 김홍빈 교수는 “치사율 1%라면 심각한 정도는 아니며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결과가 다를 뿐이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도 “외국과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고 한국인의 면역력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며 “외국 사례를 근거로 국내에서 가을에 신종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8월 말 개학을 앞두고 학교 내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대한 해법은 전문가마다 달랐다.

김홍빈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일반화됐는데 학교만 문을 닫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아이들에게 개인위생 수칙을 잘 가르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위기경보가 마지막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휴교를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 유학생이 많이 들어왔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 박 위원장은 철저한 검사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우주 교수는 “전면적인 휴교는 어렵더라도 지역적인 상황을 고려해 개별적인 휴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학교 정문에 열감지기를 설치해 발열 증상이 있는 학생들은 격리해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이 끝나는 시기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10∼11월 환자가 급증하고 내년 여름까지 유행하다 차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면서 일반 인플루엔자처럼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더는 확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수준에서 크게 악화되지는 않는다는 것.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방법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현재 확보한 백신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 박 위원장은 “손을 철저히 씻으면 90%는 예방이 가능하다”며 “물만 보이면 씻어라”고 조언했다. 김홍빈 교수도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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