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재사용 아니냐” “종업원들 먹다 모아둔 것”

입력 2009-07-07 02:57수정 2009-09-22 01:1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시 ‘잔반’ 단속반 점검 곳곳 실랑이

“반찬을 적게 주면 손님들이 기분 나빠하고, 반찬을 많이 내놓으면 버리는 음식물이 늘어 점검에 노출되니 혼란스럽습니다.”

남은 반찬(잔반)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4일 발효됨에 따라 서울시가 6일 오후 시내 음식점들을 상대로 기획점검에 나섰다. 개정안에 따르면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재사용해 조리한 사실이 적발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15일(1회), 2개월(2회), 3개월(3회)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업주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내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 점검반은 이날 서대문구와 중구,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음식점을 돌며 다시 조리하려고 반찬을 모아둔 그릇이 따로 있는지와 잔반통을 제대로 구비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중구 서소문동 J 한식점에서는 먹다 남긴 밥을 그릇에 모아 둔 것이 발견됐다. 점검반은 “손님들이 먹다 남은 것을 다시 내보내려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사장 임모 씨(61)는 “직원들이 먹던 것을 다시 먹으려고 모아둔 것이지 손님들이 먹고 남긴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점검반은 주의만 준 뒤 음식점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어 점검반은 인근 D중국 음식점을 점검했지만 단무지와 양파 등 남은 반찬을 잔반통에 함께 모아 버리는 것이 목격되는 등 큰 문제점은 없었다. 사장 문제덕 씨(48)는 “손님들에게 일단 양껏 주고 부족하면 더 달라고 말하라고 한다”며 “점검반원이 들이닥치기만 해도 손님들이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찾아오면 타격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 씨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었는데 일부 업소 때문에 선량한 업소까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한식 전문점인 ‘두레미담’을 운영하는 이상수 씨(38)는 “고객들도 알맞은 양을 주문하고 업주들도 양으로 승부하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점검반원들과 업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곳도 있었다.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갈비집 업주는 “대형 업소라 항상 점검을 당하는데 또 나오면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중구 서소문의 한 갈비집 업주도 “순순히 점검에 협조했다가 손님들의 눈에 띄어 매출이 급감한 적이 있다”며 따졌다. 시가 이날 집중 점검한 13곳의 음식점 가운데 규정을 위반한 곳은 없었다.

시는 한 달여 동안 기획점검을 한 뒤 10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점검반 내부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단속에 나선 서울시 위생관리팀 유준규 주임은 “업주들이 절대 안 했다고 주장하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처벌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