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결혼 축의금이 기가 막혀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복사지폐-신문지 넣은 봉투 내고 답례금 챙겨

김모 씨(30)는 4월 친구 결혼식에서 축의금 접수대가 붐비는 것을 보고 ‘가짜 축의금 봉투를 내면 답례금 1만 원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곧 PC방으로 달려가 1만 원권 이미지를 컬러 프린터로 앞면만 출력했다. 두툼하게 보이기 위해 복사한 1만 원권 2장과 같은 크기의 신문지 여러 장을 봉투에 넣었다. 5월 3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모 예식장에서 이 가짜 봉투 10개를 내밀었더니 예상대로 혼주 측에서 1만 원을 넣은 답례봉투 10장을 줬다. 이런 방법으로 김 씨는 최근까지 주말 부산시내 예식장을 돌며 9차례에 걸쳐 답례금 90만 원을 챙겼다.

가짜 하객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항상 정장 차림을 했고 하객들이 붐비는 쪽만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하지만 혼주 A 씨가 가짜 축의금 봉투 10개가 나온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봉투에 남아 있던 지문을 감식해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직장 없이 지내다 보니 용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는 24일 김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폐 복사본이 정상 지폐와 헷갈릴 만큼 정교하지 않아 위조지폐를 유통시킬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통화위조 및 행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결혼식 하객들에게 식권을 주거나 식사비로 봉투 1개에 1만 원씩을 주는 게 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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