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교습 금지하면 새벽반에 몰리겠죠”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1일 오전 6시 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영어학원에서 새벽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이종승 기자
1일 오전 6시 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영어학원에서 새벽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이종승 기자
■ 학원가 ‘밤 10시이후 교습 금지’ 방침에도 여유만만

오전6시 ‘마이너스 1교시’

아침 거른 학생들 발길 총총

중소학원 틈새공략 확산돼

등교전 그룹과외도 성행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5학년 김혜진 양(11)은 오전 6시만 되면 눈을 뜬다. 새벽에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대충 세수를 하고 6시 10분이면 집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혜진이가 향하는 곳은 집 근처 목동의 한 영어학원. 1일 오전 6시 반 혜진이가 도착한 시간, 한 어린이가 손에 우유를 들고 김밥을 오물거리며 허겁지겁 학원 강의실로 들어왔다. 》

교복을 입은 한 여중생은 감은 머리를 채 말리지 못해 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로 향했다. 초등학생 30여 명이 자리에 앉아 영어책을 펼쳐들었다. 헤드폰을 끼고 큰 소리로 따라 읽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를 놓고 정부 여당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학원가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학원가는 이른 새벽부터 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 목동에는 혜진이가 다니는 학원 외에도 몇몇 영어학원들이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새벽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치동에서는 새벽 과외도 인기다. 학교에서 0교시 수업을 하기 전에 학원이나 과외로 ‘―1교시’를 하는 셈이다.

학원의 새벽반인 ‘얼리 버드반(early bird class)’이 생긴 것은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려는 학부모의 교육 욕구와 새벽반을 틈새시장으로 삼은 중소규모 학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원들은 “남들이 잠든 아침 50분 투자! 아이의 인생이 바뀝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목동의 S 어학원 이두원 원장은 “2년 전 처음 새벽반을 만들 때만 해도 새벽에 학원을 보내는 건 좀 심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학원 새벽반이 인기를 얻자 주변에 있는 영어학원도 하나 둘 새벽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동 I 학원 관계자는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학부모들이 문의를 한다”면서 “학원 교습시간이 제한되면 더 문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에서는 학원보다 과외 형태로 새벽 수업이 진행된다. 대치동의 한 전문과외 연결 업체는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부터 새벽에 수업을 하는 강사가 있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며 “강사 스케줄만 맞으면 연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오전 6시 반 논술과외를 시키는 학부모 이모 씨(42)는 “독서 습관을 길러 주려고 오전에 한 시간씩 시간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원 관계자들은 오후 10시 이후에 학원교습을 금지해도 새벽반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에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로 정해놓고 있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대형학원들은 지금도 오후 10시 이후 강의를 하지 않지만 그동안 심야교습을 운영해 온 학원들은 또 다른 틈새시장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라며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새벽반도 매력적인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목동의 C 영어교습소 강사 이슬기 씨(41)는 “앞으로 학원 교습시간이 제한돼 새벽반 수요가 몰리면 대형학원에서도 당연히 새벽반을 개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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