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면 누가 일하나”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경찰 내부 부글부글

“불법행위에 대한 공무집행

책임 묻는다면 아무일 못해”

9일 오후 늦게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나오자 경찰 내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는 것은 시급한 일이 아니다”는 발언으로 김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인 책임도 벗었고 이 대통령의 발언도 김 내정자와 계속 간다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설이 흘러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 내정자가 오후 7시경 서울경찰청 간부들과의 저녁 약속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자진 사퇴 소문이 돌았다.

한 경찰 간부는 “사퇴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전부터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저녁때쯤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기자회견에 대해 보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사퇴하는 쪽으로 감지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내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내부 직원들은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김 청장이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인품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중간간부는 “이런 식이면 어느 경찰이 목숨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은 “불법 행위에 대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경찰이 나서겠느냐”며 “김 내정자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당분간 인사에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한 채 경찰 인사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되면서 일손을 잡지 못했는데, 또다시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동아닷컴 온라인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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