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카드 유지? 사퇴 대비용?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 치안정감급 4명 전원교체

“2계급승진 어려워… 金내정자 유지” 해석속

“청장임명 가능한 후보군 전진배치” 분석도

靑 “지휘공백 막기… 경찰청장 인사와 별개”

정부가 29일 단행한 치안정감급 4개 직위에 대한 승진 인사는 지역적으로는 고르게 분포됐지만 고려대 출신이 2명이었다.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 내정자는 경북 울진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간부후보 26기로 경찰에 입문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과 수사국장 등을 거쳐 2007년부터는 대구경찰청장으로 재직해왔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경찰청 외사관리관과 경비국장,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이길범 경찰청 차장 내정자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회 경비대장, 서울종로서장, 강원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경찰청 경비국장으로 부임했다.

김정식 경찰대학장 내정자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한국항공대를 졸업한 뒤 경찰청 정보심의관, 충남지방경찰청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재직했다.

형식적으로는 지역 안배가 된 듯하지만 4개 치안정감급 직위 중 노른자위로 꼽히는 서울청장과 경기청장 내정자가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은 지역 편중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찰 수뇌부에 대한 승진 인사에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는 바로 밑 계급인 치안정감 4명이 전부.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 등의 형식으로 물러날 경우 임재식 경찰청 차장과 한진희 경찰대학장, 김도식 경기경찰청장 등 3명의 치안정감이 남게 되는데, 이들도 조만간 모두 명예 퇴직할 예정이어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4명이 정해져 이들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편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경찰공무원법은 한꺼번에 2계급의 승진이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인사로 치안정감 내정자가 된 4명은 현재 모두 치안감으로, 이들 중 한 명이 다시 치안총감으로 승진할 경우 단기간에 2계급을 승진하는 셈이 돼 경찰공무원법의 취지에 반하는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가 김 내정자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치안총감인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을 경찰청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전례가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면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에 대비해 경찰청장 후보감을 미리 전진 배치해 뒀다는 것.

또 김 내정자(경북 영일)에 이어 서울경찰청장에 대구 경북(TK) 출신인 주 대구경찰청장이 내정된 것도 낙마를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치안정감 인사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임에 따른 경찰의 지휘 공백을 막고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해 조직을 안정시킴으로써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정치적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닌 만큼 경찰청장 인사와 치안정감 인사는 별개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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