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검찰 청사서 민원인에 피습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16일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청사 안에서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들과 검찰 직원들이 응급치료를 받은 이모 부장검사를 입원실로 옮기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6일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청사 안에서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들과 검찰 직원들이 응급치료를 받은 이모 부장검사를 입원실로 옮기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판검사 무고죄’ 집유형 받은 40대, 방 찾아가 둔기 폭행

검찰 청사 안에서 현직 부장검사가 민원인에게 철제 공구로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오전 11시경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검 7층 특수부장실에서 민원인 한모(47) 씨가 이모(46) 부장검사에게 날이 뾰족한 철제 공구를 휘둘렀다.

한 씨는 특수부장실에서 이 부장검사를 둔기로 한 차례 때린 뒤 밖으로 나가려는 이 부장검사를 복도에서 또다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부장검사실에는 이 부장검사와 여성 실무관 1명만 있었다. 한 씨는 실무관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수사관들에게 붙잡혀 검찰 구치감에 수감됐다.

얼굴과 머리를 얻어맞은 이 부장검사는 곧바로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눈 윗부분과 머리를 8바늘 꿰매는 등 치료를 받은 뒤 병실로 옮겨졌다.

인테리어업자인 한 씨는 최근 검사 5명이 직무를 유기했다며 진정했지만 이 부서에서 ‘공람 종결’하자 광주고검에 항고했으며, 이날 7층에 있는 고검의 담당 검사와 면담한 뒤 같은 층에 있는 이 부장검사실을 찾았다.

‘공람 종결’이란 더 조사할 필요성이 없고 마땅한 법적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더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진정인에게 알리는 것으로 종결하는 것이다. 한 씨는 이날 공람 종결 처분한 이유를 따지기 위해 이 부장검사를 면담하려 했으나 직원이 “면담 신청서를 작성하고 오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공구를 휘둘렀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 씨는 2005년 11월 자신이 도급받은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공사를 맡긴 모 대학교수를 모욕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 씨는 공사 발주자와 일행에게 폭행당했다고 고소했으나 오히려 모욕 및 무고죄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자 검사 11명, 판사 1명, 경찰관 1명, 재판 관계자 등 4명을 직무유기 및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한 씨는 피고소인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자신은 지난달 13일 무고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받자 검사 5명에 대한 진정을 냈다.

한편 임채진 검찰총장은 16일 전국 검찰청에 보안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앞으로 전국의 모든 검찰 청사에 건물 안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와 각 층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민원인이나 사건 관련자가 검사실로 직접 접근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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