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지가 기부 210억으로 만든 재단에 140억 증여세라니…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장학재단 공중분해 위기

세무서 “주식은 무상증여 해당”… 재단측 서명운동

기업을 운영하는 독지가가 210억여 원을 대학에 기부해 만든 장학재단에 140억 원의 증여세가 부과돼 장학재단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9일 아주대에 따르면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 창업자 황필성(61) 씨는 2002년 8월 모교인 아주대에 자신의 회사 주식 90%(200억 원 상당)와 현금 10억여 원을 기증했다.

아주대는 이 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6년간 아주대와 서울대 등 19개 대학, 733명의 학생에게 41억여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를 지원했다.

황 씨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근무하던 1991년 수원교차로를 창업해 매년 20억 원대의 순이익을 냈으며, 장학재단에 수익금을 내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장학재단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 뒤 140억여 원의 증여세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수원세무서는 장학재단에 대한 기부라도 현금이 아닌 주식일 경우 무상증여에 해당한다며 자진신고하지 않은 데 따른 가산금을 포함해 증여액의 65%에 해당하는 140억여 원을 증여세로 부과하고 재단의 주식과 재산을 압류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재단 등을 이용한 기업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기업의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 가운데 주식이 5%를 초과할 경우 최고 60%의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에 심사 청구를 한 재단은 9일부터 재단 홈페이지와 지원 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황 씨는 “뜻한 바 있어 전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대한민국의 기부문화와 세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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