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기에…” MBA의 꿈도 흔들

  • 입력 2008년 10월 9일 03시 00분


서울대 MBA 재학생 89% “고용시장 악영향”

5명중 1명은 “비금융권으로 진로 변경 고려”

美 명문 MBA도 졸업생 상대 재취업 전략 논의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재학생의 20%가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진로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동아일보가 서울대 경영대에 의뢰해 MBA(정원 100명) 재학생 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졸업 후 진출하고 싶은 직종은 금융업이 50.8%(32명)로 가장 많았으며, 국내 및 외국계 대기업(31.7%)과 컨설팅업(11.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금융업 희망자(32명)의 20%(7명)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진로 변경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89.1%인 57명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권의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평균 6.5년 이상의 직장 경력을 지닌 서울대 MBA 재학생들의 이 같은 인식은 최근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영대 최종학 교수는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홍콩의 투자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도 벌써부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며 “금융권으로 진출하려는 서울대 MBA 재학생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재학생의 90.6%(58명)는 “외국 유명 MBA처럼 서울대도 금융위기에 따른 취업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금융업이 주된 피해업종이므로 다른 영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학교가 신경 써 줘야 한다”, “기업들과 더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취업 지원을 해 달라”, “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에 대한 취업 지도가 필요하다”, “비금융권 출신의 학생이 금융권으로 경력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선택인지 조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명문 MBA들도 월가에 금융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상대로 적극적인 취업 지도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각 대학 MBA가 금융위기에 대비해 재학생들을 위한 취업 지원과 커리큘럼 강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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