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항의 시위’ 충돌…깃발 빼앗고 MBC 취재진과 욕설-실랑이

  • 입력 2008년 6월 20일 16시 35분


MBC의 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도를 비난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MBC 보도를 지지하는 인터넷 모임 회원들이 20일 MBC 앞에서 동시에 집회를 열어 양측 참가자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10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본사 남문 앞에서 '광우병 선동방송 MBC 규탄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맞불 집회'를 열기 위해 같은 장소에 모인 '2MB 탄핵투쟁 연대'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회원 100여 명과 충돌했다.

보수단체 소속 일부 회원들은 '2MB 탄핵투쟁 연대' 깃발을 빼앗아 깃대를 부러뜨렸고, 취재하던 MBC 카메라 기자 지모 씨와 한겨레 영상취재팀 PD 이모 씨에게 "편파 방송과 편파 신문은 취재를 하지 말라"며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양측 참가자 일부는 흥분해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또 오후 3시경에는 진보신당의 인터넷 방송 칼라TV 리포터로 활동하는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보수단체 회원들을 인터뷰하려다 제지당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9개 중대 6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양측의 충돌을 막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MBC의 왜곡과 날조에서 시작된 광우병 괴담이 나라를 흔들고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MBC는 편파 방송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거짓선동 과장보도 PD수첩 폐지하라" "편파방송 MBC, KBS 보지 말자" 등의 구호를 외쳤고, MBC 사옥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칼로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MBC 엄기영 사장이 편파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PD수첩을 폐지할 때까지 24일부터 엄 사장의 자택 앞에서 무기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촛불 집회 촉발에 큰 역할을 한 PD수첩에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 3곳을 공개하고, 이후에도 광고를 할 경우 해당 기업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20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2가, 명동 입구, 신촌역, 강남역,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용산역, 서울역, 여의도역 등 8곳에서 거리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은 21일 예정된 '될 때까지 모이자! 촛불대행진' 참가를 권유하며 시민들에게 유인물과 스티커를 나눠줬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대책회의는 '국민비상행동' 기간으로 삼은 20일부터 22일 사이 열리는 촛불집회를 꺼져 가는 촛불집회를 재점화시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책회의는 21일 낮부터 30개월 이하 쇠고기를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며 시민들에게 뻥튀기를 나눠주는 '명박 뻥튀기 퍼포먼스', 경찰버스를 이용한 차벽과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항의표현인 모래주머니 쌓기를 통한 '국민토성 만들기' 등의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대책회의는 21일 2만 명 이상 참가하는 것을 희망하지만 실제 참가자 수는 1만 명(경찰추산)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촛불집회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참가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국민대책회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진중권, MBC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봉변’

광우병 파동의 도화선이 된 MBC를 둘러싸고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여의도 곳곳에서 충돌을 벌이고 있다.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700여명과 인터넷 카페 ´안티 이명박´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진행하던 중 일부 회원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오후 3시16분께 진보신당 인터넷 방송 ´칼라TV´ 진행자 진중권 중앙대 객원교수가 보수단체 회원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진 교수에 종이를 던지고 멱살을 잡는 등 강하게 항의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이에 MBC 정문 앞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집회를 이어가던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이 진 교수 주위로 집결해 보수단체 회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 혼잡에 시달렸다.

앞서 경찰은 양 측간 충돌을 우려해 ´안티 이명박´ 회원들을 MBC 정문에,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후문에 배치했지만 양측 회원 사이 충돌은 막지 못했다.

´안티 이명박´ 회원들이 깃발을 들고 ´이명박을 탄핵하라´ ´공영방송 사수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이자, 일부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이 깃발을 빼앗아 부러뜨리면서 양 측간 고성이 오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한편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는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회원 300여명이 합류하기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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