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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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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고리타분할 것 같은 한국화에 아이들이 푹 빠졌다.
동요를 소재로 한 한국화를 보면서 엄마와 함께 동요를 흥얼거리고 예상치 못한 한글 제시(題詩·옛 그림의 여백에 써넣는 글)를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최근 개관한 어린이 미술체험 공간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헬로우뮤지움에서 5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어린이 한국화 체험전-묵(墨) 지(紙) 빠’. 먹(묵)과 종이(지)에 빠져 놀자는 취지다.
서은애 홍지윤 이정열 임태규 씨 등 젊은 한국화가 4명이 어린이를 위해 쉽고 재미있는 한국화 20여 점을 전시한다. 이와 함께 아이들이 직접 한국화를 그려 보고 한지도 만들어 보는 체험 기회도 마련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서 씨의 ‘긴 오후’. 동요 ‘섬집 아기’를 모티브로 삼아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집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의 한가로운 모습을 그린 한국화. 늘 어려운 한자로만 돼 있던 제시엔 ‘섬집 아기’의 가사를 써넣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어린이의 모습. 컴퓨터를 갖고 놀다 따분해졌는지 하품을 하고 있다. 내용이나 형식 모두에서 영락없는 어린이용 한국화다.
그 옆에는 아이들이 이 작품과 관련해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주제는 ‘엄마 아빠가 외출하시고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얼 하는지’. 아이들이 가장 많이 그려 넣은 것은 컴퓨터 게임 하는 모습이었다. “공부하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 그냥 좋다”고 말하는 아이도 많다고 한다. 부모들로선 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검은색으로 태양을 그린 홍 씨의 한국화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감상하는 아이들은 “밤에도 해가 뜨나”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엉뚱하지만 아이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늘 어렵게 생각하고 멀리해 오던 한국화를 즐겁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체험전. 02-562-442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