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는 남고, 변양균은 나오고…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재판부 “연인관계로 도움 줬지만 뇌물죄 적용 못해”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36·여) 씨에게 법원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변양균(59) 전 대통령정책실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는 3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신 씨는 미국 캔자스대 3학년 중퇴 학력이 전부임에도 ‘캔자스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고 학력을 위조해 대학 시간강사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학력을 위조하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 씨는 판결이 진행되는 내내 작은 움직임도 없이 판결 내용에 귀를 기울이다 실형이 선고되자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신 씨에 대해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업후원금 등 총 2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혐의에는 “신 씨가 박사학위를 직접 어떠한 방법으로 위조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공소 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두 사람이 뇌물을 함께 받았는지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연인관계로서 신 씨의 업무에 변 전 실장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별도 가계를 갖고 생활한 만큼 사회통념상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재산 이익을) 직접 받은 것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로 보기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변 전 실장이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석방 청탁과 함께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줬다는 김 전 회장과 부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변 전 실장이 개인 사찰인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기획예산처 장관 재직 당시 직권을 남용해 권리를 행사한 혐의는 유죄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앞서 ‘가진 자의 겸손’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다. 가진 자는 기쁨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돼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모두 가진 자이면서 주변사람들을 오히려 불행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변 전 실장 등에게 “가지지 못한 자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시길 바란다”며 봉사활동을 성실히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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