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룡과 노아 방주의 관계? 창의력이 해답이죠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유는?’

△운석충돌설 △빙하의 확대로 인한 기온저하설 △화산활동설 △세력이 커진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다 먹어버렸다는 알 도난설 등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서울 계성초등학교 4학년 김지수(11) 박예지(10) 이우정(11) 양과 3학년 김동휘(10) 김민상(10) 조경준(10) 군, 사지현(10) 양 등 7명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전설과 연결시켜 엉뚱하면서도 재밌는 답을 찾아냈다.

이들은 공룡들이 자신의 큰 덩치만 믿고 노아의 방주에 오르지 않다가 모두 수장됐다는 상상을 가설로 삼았다.

‘노아의 선원들’이라는 팀을 구성한 아이들은 3일 열린 ‘2008년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대회’에서 이 같은 줄거리를 연극으로 발표해 영예의 금상을 받았다. 이 대회에는 94개 팀 65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5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다.

○ 창의력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공룡과 노아의 방주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를 찾을 때까지 1주일 동안 치열한 토론을 거듭했다.

처음 모였을 때는 마지막 살아남은 공룡이 국내에서 발견돼 ‘코레아노사우루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아이들이 기자가 돼 코레아노사우루스를 인터뷰하면서 공룡이 멸종된 이유를 파헤친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장난기 많은 경준이가 ‘코레아노’를 거꾸로 읽다 우연히 ‘노아’라는 말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노아의 방주와 공룡 멸종을 연결시키는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 것.

팀장인 예지는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면서도 뭔가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우연히 접한 노아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술술 풀어졌다”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독특한 발명을 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지도한 박상민(35) 교사는 “아이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하다”며 “얼핏 보면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 “뒤집어보고 틀어보고 돌려보자”

아이들이 공룡의 멸종과 노아의 방주를 연계시킨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력의 결과가 80∼90%를 차지한다.

경준이는 “창의력 대회를 준비하면서 뭔가에 대해 생각을 하면 뒤집어보고 바꿔보고 돌려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흘러가는 대로 생각했다면 수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동휘의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도 만만치 않다.

동휘는 대회 현장에서 숟가락 2개를 보여주며 떠오르는 것을 말해 보라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숟가락 2개를 연결해 무게중심을 잘 조절하면 시소가 될 것 같다”며 그 자리에서 직접 간이 시소를 만들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들의 뛰어난 상상력은 자신들이 실제 경험한 것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도 가능했던 것.

지수는 2006년 여름방학 때 미국에 갔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대형 공룡 화석과 모형들을 처음 봤다. 여학생들이 공룡을 주제로 선택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공룡에 빠진 지수는 남학생들과 함께 공룡을 주제로 정했다.

지현이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 이제는 한 번 몰두하면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며 “얼마 전 과거나 미래로 쉽게 갈 수 있는 타임머신과 관련된 영화를 본 뒤 과거를 공부하다 공룡이 살았던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두려움은 없다

‘노아의 선원들’은 5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정이는 “세계 대회에서는 약간 떨리겠지만 창의력에서는 다른 나라 아이들과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아저씨처럼 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겠다”고 말했다.

팀원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영어를 공부를 했기 때문에 대회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지도교사의 설명이다.

동휘는 “영어를 잘하게 되면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로도 생각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면서 “세계 대회에 나갈 줄 알고 미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민상이는 학업 성적도 좋지만 리더십도 뛰어나 학급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다양한 생각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다른 나라 아이들과 경쟁을 하더라도 전혀 떨리지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한국 학생 창의력 올림픽 어떤 대회

2006년 창설… 매년10월 1차 심사

26개국 참가하는 세계대회의 예선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대회는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을 목표로 2006년 처음 개최됐다.

이 대회는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픽대회 국가 예선을 겸하고 있고 세계대회에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국내 대회 예선에서는 매년 10월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5, 6개의 도전과제에 대해 1차적으로 문제해결 설명서를 접수받아 서류 심사를 통해 본선 대회 출전 대상자를 선발한다.

3일 치러진 본선에서는 도전 과제를 연극과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해 기량을 겨뤘다. 이번 대회의 과제는 △공룡 이야기 △그리스 신화의 뮤즈 △별난 것들 △길거리 자동차 경주 등이었다.

각 과제별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팀에게 세계 대회의 출전자격이 주어지고 올해 세계대회에는 약 500개 팀이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이 한국팀이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국내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황욱 회장은 “공부 뿐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우리 사회가 창의력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 대회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국립중앙과학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고 과학기술부 및 특허청, 각 시·도교육청이 후원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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