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FTA 파업’ 부분 불참한 현대차 가보니…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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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장 파업철회 호소 25일 울산 현대자동차의 한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붙은 윤여철 현대차 사장의 파업 철회 촉구 담화문을 꼼꼼히 읽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현대차 사장 파업철회 호소 25일 울산 현대자동차의 한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붙은 윤여철 현대차 사장의 파업 철회 촉구 담화문을 꼼꼼히 읽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조합원 “파업일정 전면 철회해야 마땅”

집행부 “대의원-조합원 몸싸움 날수도”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은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가 불참한 가운데 첫날부터 맥 빠진 상태로 진행됐다.

또 금속노조의 5일 파업 일정 가운데 2일만 파업을 벌이기로 한 현대차지부도 조합원들의 “파업 전면 철회” 요구가 많아 지도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파업 완전 철회하라”=“이왕이면 파업을 완전히 철회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25일 오전 11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공작기계부 공장 옆 야외휴게소. 현대차지부가 전날 3일간의 파업을 철회했지만 28, 29일 2일간은 파업을 벌이기로 한 데 대해 조합원 박모(46) 씨는 이같이 말했다.

입사 22년차인 그는 “우리 부서 조합원 140여 명 가운데 파업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대의원 등 간부 앞에서도 노골적으로 파업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프레스1부 조합원 이모(36) 씨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한다는 데 대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판매지킴이’라는 조합원은 현대차지부 게시판에 “파업을 완전 철회하면 현대차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윤여철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어떤 일이 있어도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불법 파업 피해에 대해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공동위원장 이두철 상의회장 등)는 2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울산공장 3개 출입문에서 파업 철회 촉구대회를 연다.

▽집행부도 고민=현대차지부의 한 간부는 25일 “파업 일정을 축소하면 현장 조합원의 반발이 수그러들 줄 알았지만 ‘전면 철회’ 요구가 많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지금의 현장 분위기를 볼 때 28, 29일의 파업도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업 시간대에 생산라인을 중단하려는 대의원 등 간부들과 정상 조업을 하려는 조합원 간에 몸싸움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간부의 진단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울산공장 앞 문화회관에서 울산공장 대의원 2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일부 대의원이 “27일까지 현장 분위기를 지켜본 뒤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 본격화될 임단협 투쟁에서의 단결을 위해 파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에 밀려 2일간의 파업은 일단 진행하기로 했다.

▽위기의 금속노조=지난해 자동차·조선 등을 묶어 산별노조(업종 단위로 여러 기업을 묶어 단체교섭을 하는 형태의 노조)로 출범한 금속노조가 첫 파업부터 힘을 잃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지부가 빠진 채 진행한 금속노조의 첫날 파업에는 참가 대상 조합원의 12%인 2400여 명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당초 44개 사업장에서 1만4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노총은 25일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의 파업을 탄압하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노총이 소극적이어서 금속노조 파업이 약화됐다”는 금속노조 내부 비판을 의식한 대응이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이 더 복잡해졌다”며 “온건 지도부가 역풍을 맞아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으로 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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