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논술 교육의 근본 문제 (1)

  • 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논술은 고교교육 수준 높이는 디딤돌

글쓰기를 위한 교육인가 글쓰기를 통한 교육인가

새 학기가 다가왔습니다. 이제 ‘2008 논술’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 출발하는 시점에 논술 교육과 관련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잠깐 갖도록 하겠습니다. 논술 교육, 나아가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 중 먼저 글쓰기를 교육의 목표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교육의 수단이나 과정으로 보아야 할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글쓰기 교육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교육에는 일반적으로 두 측면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글쓰기를 ‘위한’ 교육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글쓰기를 ‘통한’ 교육의 측면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교육은 글쓰기를 목표로 삼아서 글을 잘 쓰기 위해 훈련하는 것을 말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교육은 글쓰기를 수단으로 하여 글 쓰는 과정 속에서 다른 여러 능력을 기르는 데에 주안점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전자는 글쓰기만을 주된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글쓰기 교육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글쓰기 훈련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능력을 함양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의 글쓰기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글쓰기, 혹은 글쓰기 교육에서는 두 측면이 역동적이고 순환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도식화해 보면, ‘글쓰기(1)’를 통해서 다양한 사고 능력이 길러지고 그 능력을 기반으로 더 훌륭한 ‘글쓰기(2)’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글쓰기(2)’도 종국점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능력을 더 배양하게 되고 결국 다음 글쓰기를 더 잘하게 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이러한 역동적 순환은 글쓰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출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새로운 학습 활동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대입 논술시험도 알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시험 치는 현장에서도 실력이 향상됩니다. 주어진 새로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속에 무관해 보이는 내용들이 서로 연결되고 정리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자체는 이렇게 순환적이지만 실제 교육 과정에서는 단계나 목적에 따라 순환의 두 측면 중 어느 쪽을 더 강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논술 교육에서는 두 측면을 단계별로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은 현실 여건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실에 문제가 많이 있더라도 현실에서 출발해야 교육이 실제 효과를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입시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고교 논술 교육은 두 측면을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일단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시점, 즉 3학년의 경우 글쓰기를 ‘위한’ 교육에 강조점을 두어야 합니다. 논술시험은 분석적으로 읽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논증적으로 쓰는 능력 전체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역시 글을 써서 평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논술시험을 쳐야 하는 시점이 되면 실전을 염두에 두고 글쓰기를 위한 교육을 주된 내용으로 삼아야 하며, 이 교육도 체계적이고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논술 교육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차원으로만 한정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저학년 때에는 인문 교육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1, 2학년 과정에서는 논술 교육이 글쓰기를 ‘통한’ 교육의 관점에서 모든 과목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글 쓰는 과정 속에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고하고 고민하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인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입시와 관련해서도 1, 2학년 때에는 글쓰기를 통해 기초 능력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논술시험의 궁극 목표는 읽고 쓰는 과정 속에서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고 훈련은 개별 교과의 교육 내용을 가지고 수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응용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를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이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비롯한 다양한 사고 능력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사실 인문 교육이 추구하는 다양한 능력을 기르기에 글쓰기만큼 좋은 수단은 없습니다. 논술을 통해서 훈련되고 발휘되는 능력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신의 표현 방법으로 설득력 있게 펴 나가는 능력만이 아니라 개별 지식들을 종합하는 능력, 고차적인 사고능력,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탐구능력과 상상력 등 복합적입니다. 현재 고등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통합교과적이고, 단순 지식보다는 고차적인 사고능력 평가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수십만 명의 수험생을 동일한 척도로 평가하는 객관식 선다형 시험인 데다가, 문제를 짧은 시간에 해결해 내야 하기에 이러한 목표가 충분히 실현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험을 대비하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는 앞서 말한 능력들을 배양하기 힘듭니다. 논술 교육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보완하여 고교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憫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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