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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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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걱정은 말고 공부만 열심히
경북 울진군은 3월부터 군내 6개 고교의 재학생 1400여 명과 9개 중학교 학생 1900명이 학교에 납입하는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등 학비를 100% 지급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지역 중고교생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기는 처음이다.
울진군은 또 군내 10개 읍면 출신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모두에게 100만 원씩의 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충북 보은군은 3월 보은고와 보은여고에 입학하는 우수학생 15명을 선발해 1인당 200만 원을 지원해 여름방학 때 해외어학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는 중학생 32명을 뽑아 일본 오사카 등지로 배낭여행을 보냈다. 또 두 학교의 우수학생 18명을 선발해 이들이 방학 중 서울의 학원에 다닐 때 학원비로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재원은 46억 원 규모의 군 장학기금을 활용한다.
경북 영천시장학회는 중학교 졸업성적 3% 이내 학생 중 시내 고교에 진학하는 28명에게 200만 원씩을 주고, 이들 중 수석입학생에게는 100만 원씩을 추가로 지급한다. 또 9개 고교에는 학생 유치 지원금으로 3600만 원을 지원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개원하는 서울의 영천학숙 건립비용으로 10억 원을 내놨다.
올해까지 90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2010년에 군내 모든 중고교생과 대학진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군위군은 그동안의 장학사업 덕분에 군내 중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군위 지역 고교에 진학하는 한편 안동시와 구미시 등 인근 시 지역에서 군위군으로 전학 오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 특별보충수업부터 건강 챙겨 주기까지
군은 학원강사 11명의 인건비를 비롯한 학습관 운영비로 매년 8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면 지역 학생 70여 명을 위해서는 기숙사도 제공한다. 합천군 기획감사실 하쌍복 담당관은 “고교생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인구 감소를 억제할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인재 보듬기도 눈에 띈다. 강원도가 50억 원, 도민 성금 50억 원 등 100억 원으로 ‘미래인재육성기금’을 조성키로 하고 현재 60억 원을 확보했다.
도는 이 기금으로 인문, 자연, 문화예술, 과학분야 인재 26명을 선발해 지금까지 1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2010년까지 100명의 인재군(人材群)을 확보해 매년 1000만 원을 지원하면서 미래의 강원도를 짊어질 동량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제주도는 각급 학교의 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 학생들의 건강을 챙겨 주고 있다. 제주 지역 290여 개 초중고교 가운데 67%인 196개 학교에 35억 원을 들여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자체의 교육 활성화 노력은 입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북 청도군은 26일 영남대 향토생활관 건립에 3억 원을 출연한다. 청도 출신 고교생이 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1000만 원당 1명씩 생활관(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경북대에도 대구와 경북지역 14개 기초자치단체가 2억∼3억 원을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생활관이 건립됐다.
대전시도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대전 지역 8개 대학과 공동으로 80억 원을 들여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를 8월경 엑스포공원 안에 짓는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숙사가 완공되면 외국인 유학생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져 지역 대학의 유학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가 교육 활성화에 나선 까닭
도지사, 시장, 군수 모두가 교육 문제에 나서는 것은 기업 유치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 교육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아 자치단체장들은 앞 다투어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김용수 울진군수는 “저출산에다 교육기반까지 열악하면 인구 감소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다른 정책을 아무리 잘해도 교육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지역의 활력을 기대할 수 없어 정책의 초점을 교육 활성화에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가 명문대 보내기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교육활성화를 추구한다면 교육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청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교육주체가 다양해져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대 교육학과 박종렬 교수는 “지자체가 교육 투자를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의회에 교육전문가들이 진출해 각 지역에 맞는 다양한 교육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전남 곡성에선
“무료 군립학원 들어가자”
외지에서 학생들 줄이어
전형적인 농촌 고교인 전남 곡성군 옥과고는 올해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모집 정원이 138명인데 지원자가 17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탈락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성적이 처지는 지원자에게는 다른 학교에 지원하도록 권유했다.
이 학교 김영신 교장은 “대입 성적이 주변 지역에 알려지면서 곡성은 물론 순천, 여수, 광양시, 고흥, 완도군 등 외지에서 신입생이 몰렸다”며 “군청이 우수 인재양성에 적극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군세(郡勢)가 약한 편인 곡성군은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교육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기고 2004년부터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올인(다걸기)’했다.
대표적인 교육지원사업은 곡성아카데미. 군이 모든 예산을 지원하는 일종의 군립학원으로 수강생은 옥과고와 곡성고 학생들이다. 두 학교 1, 2, 3학년생 220명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강의를 듣고 있다. 교사 18명은 모두 광주의 특급 학원강사들. 지난해 3월부터는 토요일 오후에 대학교수 등 6명이 논술 강의도 하고 있다.
군은 아카데미 운영 예산으로 2005년과 지난해 각각 4억 원을 썼다. 올해는 예산을 5억9100만 원으로 늘렸다.
곡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전북 순창에선
공립학원 서울대생 배출
“도시 가봐야…” 인구늘어
전북 순창군은 자녀교육 때문에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는 것을 막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03년 공립학원인 ‘옥천인재숙’을 열었다.
관내 중학교 3학년∼고교 3학년생 50명씩 200명을 학교장 추천과 자체 선발시험을 통해 뽑는데 경쟁률은 평균 2.5 대 1이다. 학생들은 25명씩 나뉘어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7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논술 중심의 정규수업(3시간)을 받고 자율학습(2시간)을 한다.
전원 기숙생활을 하고 거리가 먼 학교는 학원버스로 등하교한다. 군에서 연간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학원비와 기숙사비, 교통비는 무료다.
강사 16명은 서울과 광주의 유명 학원에서 초빙했다. 기숙사감 3명은 아예 학생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 옥천인재숙은 최근 서울대 합격생 2명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순창군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것은 1992년(1명)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옥천인재숙의 성공에 힘입어 순창군은 지난해 말 현재 인구가 3만2485명으로 2005년에 비해 473명이 늘어났다. 80개가 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강인형 군수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면 농촌의 인구 유출을 막고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순창=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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